로마시대 검투사를 지칭하는 글래디에이터는 근육질의 몸과 강인한 성격, 치열한 전투 등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와 매치가 잘 되지 않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잦은 전투와 검투에서 힘을 자랑해 온 이들이 사실은 고기가 아닌 곡물과 콩, 채소를 주로 섭취했다는 것.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검투사와 채식 식단’은 독일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독일 법의학 부서는 1933년 과거 로마제국의 도시였던 에페소스(현재의 터키) 지역의 묘지에서 발굴한 유골들을 정밀 분석했다. 여기에는 검투사로 추정되는 유골 22구를 포함한 총 53구의 유골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유골에 포함된 탄소와 질소, 황 및 뼈에 포함된 스트론튬과 칼슘의 동위원소비율 등을 측정했는데 검투사에게서 스트론튬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론튬은 일반적으로 채식만 할 경우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고기와 야채를 골고루 섭취할 경우에는 아연과 스트론튬의 양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결과는 과거 검투사가 현대의 운동선수들처럼 고기를 포함한 고단백질을 섭취하기 보다는 곡물과 채소, 그리고 토닉에 특정 나무를 담가 만든 ‘스포츠 드링크’를 자주 마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골의 성분을 정밀 분석한 결과, 과거 검투사들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곡물과 채소 위주로 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주로 밀이나 보리를 주식으로 섭취했고, 다른 영양소는 콩 등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로마시대 검투사인 글래디에이터를 지칭하는 또 다른 단어로는 ‘Hordearii’가 있는데, 이는 ‘보리를 먹는 사람들’로 해석된다. 당시 보리는 동물들에게 먹이는 사료로도 많이 이용됐기 때문에 사람들은 검투사를 조롱할 때 위의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검투사의 또 다른 별칭이 알려주듯 격한 몸싸움을 하는 이들은 고기가 아닌 보리를 먹었으며, 부족한 영양분은 콩으로 대체함으로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또한 실제 로마시대 검투사들이 영화에서처럼 근육질이 아닌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맨몸으로 싸울 때 상처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몸의 지방층을 두껍게 만든 결과라는 주장이 연구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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