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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래 악(惡)할까? ‘폭력 유전자’ 찾았다 <연구>

작성 2014.10.29 13:59 ㅣ 수정 2014.10.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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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의 한 공상과학영화에는 태아의 유전자를 재설정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도의 과학기술을 이용해 질병이나 폭력적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미리 제거해 범죄가 발생하거나 고치지 못하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류가 없도록 한 것.

이런 유전자 재설정 및 조작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웨덴의 한 연구팀은 지나친 폭력성, 더 나아가 살인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밝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명 ‘폭력 유전자’는 모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진 것이 아니며, 이는 인간은 본래 착하지만 사회가 악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는 성선설의 반대 개념인 성악설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소는 핀란드 출신 범죄자 895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약물복용이나 도둑질 등 폭력성이 없는 범죄자부터 살인과 구타, 폭행 등 극단적인 폭력성을 보인 범죄자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검사 결과 일명 ‘폭력 유전자’로 불리는 두 가지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카데린 13’(Cadherin 13, 이하 CDH13)이다. 카데린은 세포와 신경이 상호간 접착하는데 필수적인 분자군이며, CDH 13은 충동 억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유전자는 화학적 메신저 세로토닌(serotonin), 도파민(dopamine),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파괴하는 모노아민 산화효소 A(monoamine oxidase A, 이하 MAOA)로, 이는 행복과 충족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게 한다.

연구를 이끈 야리 티호넨 교수는 “폭력성이 없는 범죄자들에게서는 폭력성이 짙은 범죄자들에 비해 CDH13과 MAOA 등 ‘폭력 유전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뇌의 도파민 수치가 낮아질 때 음주 또는 마약을 복용할 경우 공격성과 폭력성이 짙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의 폭력 범죄는 반사회적인 그룹에 의해 이뤄지며, 이것이 반복되는 이유는 아마도 독특한 유전자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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