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두 딸인 말리아(16)와 사샤(13)에 대해 공개 행사에서 입고 나온 옷이 천박하다며 품위를 지키라고 훈계조의 글을 올린 미국 공화당의 보좌관이 결국 네티즌들의 비난에 휩싸여 사임했다고 미 언론들이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공화당 스티븐 리 핀처(테네시주) 하원의원의 보좌관인 엘리자베스 로튼은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칠면조 사면’ 행사에 나온 오바마의 두 딸인 말리아와 사샤의 복장과 자세가 천박하다며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녀는 “대통령의 딸들로서 존경받을 품위를 지켜야 한다”며 “술집에 갈 때나 입는 옷이 아니라 품위 있는 옷을 입어야 하며 특히 TV로 중계되는 공개 행사에서는 얼굴을 찌푸려서는 안 된다"면서 품격 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훈계했다.
하지만 로튼의 이 글은 순식간에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인종 차별은 물론 어린이에 대한 공격이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같은 공화당의 전국위원회(RNC) 대변인인 션 스파이서조차도 트위터를 통해 "부적당하고 분별없는 말”이라며 “어린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대통령의 딸도 예외가 아니다”며 로튼을 비난했다.
파문이 확대하자 로튼은 즉각 사과의 글을 올리며 “나 자신이 올린 글을 다시 보며 내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를 깨달았다”며 “이러한 예단이 내 마음 속에는 진심으로 없다는 것을 알아 달라”며 사과했다.
핀처 하원의원의 수석 보좌관은 제시카 카터는 이날 로튼이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백악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같은 대변인으로서 단어 선택을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하고 어떻게 상대방에게 전달될지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 추수감사절 행사장에 서 있는 오바마의 두 딸 (백악관 배포 동영상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