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악어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진화 속도가 매우 느려 고대의 모습을 상당부분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리차드 그린 박사에 따르면 악어와 새는 2억 4000만 년 전 공통선조를 가졌지만, 새는 빠르게 진화한 반면 악어류는 유전지 진화 속도가 이례적으로 느린 탓에 거의 진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새 중 일부는 공룡으로 진화했을 정도로 다양한 변모를 보인 것에 반해 악어, 카이만(아메리카산 악어), 앨리게이터, 남아시아산 악어 등 악어류는 매우 천천히 진화의 과정을 겪었다.
연구진은 아메리카산 악어, 바다악어(Slatwater crocodile), 인도 가리알(Indian Gharial) 등 악어류 3종의 유전자 지도(유전자 청사진)와 고대 악어류의 화석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악어류에서 수 백 만 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공통적인 특성을 발견했다.
그린 박사는 “악어류의 분자시계(유전자 또는 단백질 등의 분자 속에 있는 특정 부분이, 생물이 진화하는 동안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는 포유류 등 다른 혈통에 비해 매우 천천히 흘렀다”면서 “6600만년 전 혜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된 이후 살아남은 새들은 엄청난 속도의 진화과정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특한 진화 속도를 가진 이 파충류의 연구는 고대 조룡이나 익룡, 새 등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전문과학지인 사이언스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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