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쿠바에 부는 ‘자본주의식 부동산개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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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의 올드 아바나의 한 카페를 찾은 관광객들. 쿠바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중 하나다.
사진=자료사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는 아바나 길. 도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 길은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특한 정취를 풍기는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즐비했지만 요즘엔 새롭게 단장한 건물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산뜻한 변신에 성공한 건물들엔 간판이 붙고 있다. "○○○ 갤러리" "XXX 레스토랑" "△△△ 카페"...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쿠바에 부동산개발 붐이 일고 있다.

덕분에 도시 외관은 한결 깨끗해졌지만 자본주의식 부동산개발이 '평등'이라는 공산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현지 주민들의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을 주도하는 건 공산혁명과 함께 쿠바를 떠났던 이민자 후손들이다.


뿌리는 쿠바지만 자본주의에 익숙한 이민자 후손들이 적게는 수십 만 달러, 많게는 수백 만 달러를 들고 쿠바로 달려가 낡은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

때가 찌든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각종 상업시설로 재탄생한다.

이처럼 부동산개발이 활기를 띄기 시작한 건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쿠바에서의 사업성이 부쩍 높아진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쿠바와 미국의 관계개선을 선언한 뒤로 쿠바를 찾는 외국인관광객은 20%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돈벌이의 기회로 여기는, 사업 마인드를 가진 쿠바계 이민자 후손들은 재빨리 투자에 나섰다.

친구 2명과 함께 아바나 길에 낡은 주택을 사들여 '아바나 61'이라는 레스토랑을 차린 레이날도 보르돈. 그는 "처음에 레스토랑을 차릴 때는 지금과 길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면서 "예전엔 낡은 주택가였던 게 이젠 제법 상권 같아졌다"고 말했다.

보르돈은 "앞으로 10년 뒤에는 정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투자바람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쿠바 주민들에겐 기대감과 걱정이 교차한다.

부동산개발이 시작되면서 낡고 엉성했던 건물들이 말끔하게 새 단장을 하고 있는 건 반갑지만 자본주의 바람이 불면서 평등이라는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나 비에하에 사는 주민 마갈리 곤살레스(66)는 "동네가 예쁘게 변하는 건 기쁜 일이지만 모두 평등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부동산 불평등이 쿠바에서도 현실화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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