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새끼 잃고 인형 품은 침팬지…실험 동물의 슬픈 현실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최근 미국 워싱턴의 침팬지 보호소에 한 침팬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반인들의 선물이 쇄도했다. 선물들 중 가장 많은 것은 특이하게도 트롤 인형. 이 침팬지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6년 텍사스의 한 연구시설에서 암컷 침팬지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폭시. 그러나 폭시의 운명은 여느 침팬지와는 달랐다. 어릴 때 부터 좁은 방에 갇혀 살며 인간을 위한 실험용으로 키워진 것. 미국의 제약회사인 버크셔 소유였던 폭시는 간염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 대상이었다.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라는 특징 탓에 신약 개발에 있어서 최적의 '도구'였던 셈. 이렇게 키워진 폭시도 쌍둥이를 포함해 총 4마리의 새끼를 낳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이 새끼들은 곧 어미 젖도 제대로 먹어보지 못하고 사람들에 의해 뿔뿔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렇게 새끼를 모두 잃고 홀로 남은 폭시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폭시에게 희망의 빛이 열린 것은 2008년이었다. 당시 제약판매 수입이 변변치 않았던 회사가 동물 실험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졸지에 폭시를 비롯한 7마리의 침팬지는 오갈 데가 없어졌다.


이후 자신에게 피해를 준 또다른 사람들의 온정으로 정착한 곳이 현재의 침팬지 보호소다. 침팬지 보호소 공동 이사인 다이아나 굿리치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폭시는 동료 침팬지는 물론 인형이나 장난감 등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않는 무심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한 마디로 오랜 시간 쌓인 마음의 상처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 그런 폭시의 마음을 열어준 것이 바로 트롤 인형이었다. 굿리치는 "폭시는 항상 트롤 인형들을 안거나 물고 다니거나 심지어 등에 업기도 한다"면서 "마치 떠나 보낸 새끼들을 떠올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폭시가 가진 트롤 인형이 수백 개가 넘는다"면서 "남은 생이나마 행복하게 보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서울EN 연예 핫이슈

추천! 인기기사
  • “아내가 여행 가서 가능”…6~14세 딸 강간·촬영·공유한
  • “옆자리에 ‘죽은 사람’이 앉았어요”…4시간 함께 비행기 탄
  • (영상) 클럽서 춤추고 돈 뿌리고…트럼프 ‘가자 홍보’에 비
  • 美 여행 한국인 여성 3명 실종…‘22중 연쇄 추돌사고’가
  • 점령할 때는 좋았는데…결국 우크라이나에 ‘수렁’ 된 러 쿠르
  • 손 잘린 시신 9구, 고속도로에서 발견…“카르텔 조직의 ‘보
  • “어떤 곳이든 30분내” 美 차세대 ICBM ‘센티넬’ 지상
  • “검사하게 옷 벗고 뛰세요” 여성 환자 불법 촬영한 의사 체
  • 귀엽지가 않아…미국서 잇따라 포착된 ‘거대 금붕어’ 원인은?
  • (영상) 트럼프 다리, 왜 이래?…휜 다리로 절뚝거리는 모습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김성수 · 편집인 : 김태균
    •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