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협궤열차를 아시나요?…인천 소래포구

작성 2017.01.20 10:27 ㅣ 수정 2017.01.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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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포구에 정박중인 어선들. 황해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많았던 소래지역은 1980년대까지만해도 한산한 작은 어촌에 불과하였다.


'외롭고 비린내 나는 생활에 찌든 사람들이 차창에 기대어 비춰 보내고 있는 불빛이었다.(중략) 상대편 사람과 서로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수원과 인천 사이를 오가는 수인선 협궤열차이다.'

윤후명은 소설 ‘협궤열차’에서 수원과 인천 소래 사이를 오가는 협궤철도(狹軌鐵道·수인선)를 옹색한 서민들의 삶을 그나마 숨통 트게 위로해주는 기찻길로 묘사한다.

1937년, 일제 강점기 시절 소래염전의 소금을 수원으로 실어 나르던 협궤열차는 1995년 12월 31일 폐선되었다.

추억 한 가득 담아가던 협궤열차는 지금은 전동차로 대체되어 2012년부터 다시금 소래포구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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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구 어시장에는 새우, 굴, 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을 도매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김장철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소래포구는 현재 수도권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다.

얼마 전 한 네비게이션 업체에서 발표한 관광도착지 검색어 1위에 이름 넉자 띄울 정도이니 유명세야 지금 굳이 말해서 무얼하랴?

우선 소래포구의 어원을 살펴보자면, 소래(蘇萊)라는 명칭의 연원은 다양하지만 그 중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중국 산둥성의 내주(萊州)에서 나와 지금의 소래포구 지역에 도착하였다 한다. 이에 소정방의 소(蘇)와 내주의 래(萊)를 붙여 만들었다는 설이 지금은 가장 유명하다.


사실 현재의 이름난 소래포구 지역 주변은 원래는 염전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지금은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변하여 그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

1970년대 ‘소래염전’은 국내 최대 염전으로 규모면에서도 79만㎡에 달했던 곳이니 한때 '인천 당구 짜다'는 소문은 여기에서 나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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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7년부터 1995년까지 운행되던 수인선 협궤열차. 소래 지역 뿐만 아니라 안산 지역에 거주하던 시민들의 추억과 애환도 함께 담겨 있는 열차다. 열차 뒤에 매달려 가는 아낙의 모습이 정겹기까지 하다. (사진=인천관광공사)


이렇듯 한 시절 풍미하였던 소래염전도 1995년 12월에 수인선이 폐선된 뒤 1997년부터는 폐염전으로 남아 지금은 공원으로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당시 소래염전에서 나오는 질 좋은 천일염은 멸치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게젓 등을 만들어 내었고 이후 소래포구를 지금의 젓갈 백화점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한 일등공신임은 분명하였다.

이렇듯 전국적인 젓갈 산지로 이름난 소래포구는 의외로 포구로서의 역사는 과히 길지는 않다.

1960년대 실향민들의 어선 10여 척 정도만 드나드는 작은 선착장에 불과하였고 이들은 주로 근해에 나가 새우잡이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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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포구 어시장 앞에 있는 협궤열차 모형. 실제 기차크기의 75% 수준으로 제작되었다.


이때 정박한 배들이 썰물 때가 되면 갯벌 위에 어영부영 그대로 앉아 있다가, 밀물이 들면 바닷물을 헤집고 나갔는데 이 모습이 꽤나 독톡한 풍광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던 모양이었다.

이후 1974년 인천내항이 준공이 된 후 인천항 주변의 많은 새우잡이 소형어선들이 정박 가능한 소래로 포구를 옮기면서 이 지역은 단숨에 새우 파시로 발전, 수도권 대표 재래포구 어항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는 연평균 3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소래에 다녀가니, 어느 순간인가 인천 차이나타운 언덕 부럽지 않은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2001년부터는 ‘인천 소래포구 축제’가 열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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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구 어시장에 늘어선 좌판들. 호객하는 소리와 함께 비좁은 골목길을 내달리는 오토바이 경적음이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 옛날 수인선 협궤열차가 덜컹대며 건너 다니던 다리를 넘어서면 어시장이 연중무휴로 열리고 있어 늘 선착장 주변에서 신선한 회를 먹을 수 있는 노천횟집과 해산물 튀김 점포가 약 420여개가 들어서 있을 만큼 번성하고 있다.

더구나 송도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주변 지역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여 과거 세숫대야에 젓갈 담아 팔던 눈물나던 풍경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다.

또한 인근 지역 상업시설이 나날이 들어서고 있어 불과 1, 2년 만에 소래포구는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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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착장 좌판에는 항상 신선한 새우와 게, 석화, 조개 등이 있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서민들의 애환을 가득 담은 채 덜거덕, 흔들흔들 달려가던 시속 20Km의 협궤열차는 비록 사라졌지만 소래포구에는 아직은 그 때의 기억을 담은 풍광들이 넘어가는 서해의 늙은 석양빛속에서 찾을 수 있다.

<소래포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인천에 갈 일이 있다면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가 볼만한다. 특히 김장철을 앞둔 겨울 소래포구 어시장 주변은 수도권의 대표 해산물 시장임을 증명하듯 방문객들의 주차전쟁이 가히 상상초월이다.

2. 누구와 함께?

-친구들과 우정을 도모하러, 40대 이상 장년들의 입맛 잡는 해산물 잔치가 열린다.

3. 가는 방법은?

-수도권 지하철인 수인선 소래포구역. 지하철이 가장 편하다.

4. 감탄하는 점은?

-서울 가까운 곳, 지하철로 내릴 수 있는 바다 가까운 오붓한 선착장이라니.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명성에 버금갈만큼 내실도 넉넉하다. 각종 횟집과 튀김, 생선구이집이 즐비하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소래포구 어시장 주변 낡은 선착장.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새우튀김은 갯벌횟집(434-4990), 꽃게요리 황해(1661-0823), 꽃게탕 진복호(435-0105), 랍스타 대게수산(434-1118)/지역번호 032

8. 홈페이지 주소는?

-www.soraepogu.net/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협궤열차의 추억이 담긴 소래역사관,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화약공장인 한화기념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소래포구는 수도권 지하철이 연결되면서 급속도로 팽창, 유명해지고 있는 수도권 대표어항 관광지다. 문득 서해의 겨울 낙조를 보고자하는 그대들이여, 소래포구로! 그러나 생각보다 물가는 만만하지 않으니 지갑은 두둑히!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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