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는 다양한 번식 전략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되는 점은 모든 새끼가 성체가 되어 자손을 남기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알을 낳아서 숫자로 승부를 보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새끼를 적게 낳지만, 애지중지 잘 키우는 어미까지 매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인간이 보기에도 가슴 뭉클한 모성 본능을 보여주는 종도 있다.
과학자들은 새끼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알을 품거나 혹은 단단한 껍질 속에 알을 넣고 다니는 번식 전략으로 진화된 것이 매우 오래전의 일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화석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단단한 뼈나 껍질도 온전히 화석이 되기 힘든데 부드럽고 썩기 쉬운 알이나 새끼는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웨스턴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팀은 무려 4억 5000만 년 전의 삼엽충 화석에서 알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고대 삼엽충 어미는 단단한 껍데기 아래에 알을 보호하면서 부화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위에서 쏟아진 진흙에 묻히면서 비명횡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극적인 일이지만, 덕분에 과학자들은 삼엽충 역시 현재의 일부 갑각류처럼 알을 단단한 껍데기 안에서 애지중지 보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해상도 CT 스캔 결과는 이것이 단순히 이물질이 아니라 분명히 알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고생대는 삼엽충에 시대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삼엽충 화석이 발견되지만, 알을 품은 삼엽충 화석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런 만큼 상당히 가치 있는 화석인 셈이다.
4억 5000만 년 전에도 삶은 매우 치열했을 것이다. 삼엽충 어미는 새끼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살리기 위해서 이렇게 단단한 껍질 안쪽에 보호했을 것이다. 비록 언젠가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지만, 그 전에 조금이라도 더 보호해주고 싶은 것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성 본능일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