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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 세계 최초 女마라토너, 50년 뒤 다시 출발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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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7년 4월 미국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 현장. 당시 261번을 부착하고 6km 쯤 달리던 한 선수에게 대회 조직위원장이 달려들어 어깨를 낚아챘다. 이어 그가 선수에게 던진 말은 "번호표를 떼고 경기에서 꺼지라!"는 것. 황당한 상황이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참가 선수가 바로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불과 50년 전 일이지만 놀랍게도 당시 마라톤에서는 여자는 허약한 존재라는 이유로 참가가 허용되지 않았다. 사진 속에서 방해를 뚫고 당당히 뛰어가는 여성이 바로 세계 최초의 공식 여성 마라토너인 캐서린 스위처(70)다. 당시 20세의 시라큐스대학 학생이었던 그녀는 4시간 20분 만에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세상을 향해 포효했다.

CNN방송은 17일(현지시간) 스위처가 261번 번호표를 다시 달고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에 섰다고 보도했다. 50년 전 만해도 여자라는 사실과 이름을 가명으로 쓰고 출발선에 섰지만 지금의 보스턴 마라톤은 1만 3000여명의 여성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됐다.

스위처는 "50년 전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았을 때 매우 무서웠고 두려웠다"면서 "하지만 어느 누구도 여성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았지만 내가 그 일을 해냈다"고 회고했다. 이어 "사진이 보도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당시 라이프(Life)지에 보도된 이 사진은 ‘세상을 바꾼 사진’으로 평가받을 만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보스턴 마라톤을 비롯한 각종 대회가 하나 둘씩 여성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으며 1984년 LA올림픽에서는 여성 마라톤이 정식종목이 됐다. 그녀의 작은 도전이 두터웠던 '유리천장'을 산산히 부숴버린 것이다.

스위처는 "50년 전 불행한 사건을 겪었지만 항상 보스턴 마라톤에 감사하고 있다"면서 "이 일을 계기로 여성 스포츠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것 같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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