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 렉스(티렉스)의 무는 힘은 유례없이 강력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공룡의 제왕으로도 불리는 이 육식공룡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5월17일자)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티렉스가 굵은 뼈를 씹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산산조각내 삼키는 것으로, 다른 작은 육식공룡보다 많은 골수와 미네랄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를 이끈 폴 지냑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조교수는 “놀라운 무는 힘과 튼튼한 이빨의 조합은 티렉스를 차별화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냑 교수와 공동저자 그레고리 에릭슨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조교수는 티렉스의 무는 힘을 측정한 기존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현존하는 야생 육식동물들의 무는 힘과 비교했다.
예를 들어, 늑대와 하이에나도 뼈를 이빨로 씹어 조각을 내 영양이 풍부한 골수와 미네랄을 섭취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위아래 이빨의 교합이 잘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육식 포유류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티렉스는 이런 맞물림이 부족해, 작은 나무 몸통만큼 굵고 튼튼한 뼈를 어떻게 씹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연구 결과, 티렉스의 턱에는 3.6t에 달하는 힘을 가해 뼈를 분쇄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는 힘이 소형차 3대분의 무게로 짓누르는 것과 같다.
특히 연구팀이 고안한 새로운 측정 기준으로는 티렉스의 무는 힘은 훨씬 커 치아 표면 1㎠당 30.3t이라는 놀라운 힘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뼈를 산산조각 깨물 수 있는 이유의 설명으로는 미흡할지도 모른다고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적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파충류인 바다악어는 티렉스보다 몸집이 훨씬 작지만 무는 힘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티렉스가 치아의 맞물림이 좋지 못해 상대적으로 무는 힘이 약할 수는 있겠지만, 이 거대한 공룡에게는 뼈를 분쇄하는 데 필요한 특수한 능력이 있었다.
지냑 교수는 “티렉스의 이빨은 원뿔 형태로 월등히 크고 치근이 튼튼한 데다가 몇 년마다 새로운 이빨이 자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오늘날 포유류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고도의 먹이 공급 기능이 공룡 시대에도 있었던 것도 밝혀졌다고 지냑 교수는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티렉스가 무는 힘의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은 근력이 아니라 강한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치아 자체의 강도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냑 교수는 “악어와 티렉스는 뭔가를 씹을 때 치아의 에나멜이 구조적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까지 마음껏 압력을 가했을 수 있다”면서 “즉 티렉스는 뼈를 씹을 때 필요한 만큼만 깨물어 진주처럼 광택이 나는 하얀 이빨에 치명적인 손상이 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Herschel Hoffmeyer / Fotolia(위), 사이언티픽 리포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