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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정의 TECH+] 인공지능이 과학자를 돕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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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미경으로 본 유공충의 모습. Credit: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험적인 연구 정도로만 여겨졌던 인공지능은 어느덧 인터넷 검색 엔진부터 음성 인식, 스마트폰 카메라까지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비록 일부 영역에서는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인간이 더 똑똑한 하인을 부릴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단순 작업을 인공지능이 대신한다면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 연구에서 그런 기대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및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유공충(foraminifera)의 화석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유공충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형성하는 작은 플랑크톤으로 종에 따라 독특한 형태의 껍데기를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공충의 껍데기는 당시 바다의 환경과 기온, 화학적 구성 등 중요한 정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해양 생물학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이를 통해서 석유 같은 자원 탐사는 물론 고대 바다의 환경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보통 1mm 남짓 크기를 지닌 유공충을 현미경으로 보고 하나씩 수작업으로 종(species)을 분류하는 일이 매우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는 점입니다. 고급 두뇌 인력인 과학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보다 단순 수작업에 집중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나오는 LED 광원과 현미경에 부착된 카메라를 이용해서 유공충마다 16개의 사진을 찍어 다양한 이미지를 확보한 후 이를 콘볼루션 신경망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에 입력해 학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6종의 유공충을 분류하는데 있어 과학자만큼 뛰어난 분류 정확도를 확보했습니다. 유공충을 자동으로 분류하면 유공충의 종류에 따른 해양 환경 역시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앞으로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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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미경과 LED를 이용한 자동 이미지 촬영 시스템. Credit: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연구팀에 따르면 분류 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른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눈으로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 검사자에 따라 분류가 조금씩 달라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 사람이 모두 다 하기에는 작업량이 너무 많습니다. 이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면 모두 같은 기준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더 균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2019년 1월에 미 국립 과학재단 (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에서 연구 자금을 지원받아 이 연구를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연구팀의 목표는 35종의 유공충을 완전히 자동으로 분류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연구 도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해양 자원 탐사는 물론 현재와 고대 바다의 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 연구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 연구 역시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람이 모두 수작업으로 분류하거나 분석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과학자의 똑똑한 비서로 지루한 반복작업 대신 더 창의적인 연구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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