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있는 레버니즈아메리칸대학 연구진이 20~30세 성인 84명을 무작위로 나눈 뒤, A그룹에게는 폭력적인 영화를, B그룹에게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여줬다.
연구진은 영화를 보여주기 전 실험참가자들의 심장박동수나 혈압, 악력, 스트레스 지수 및 식욕 수준을 측정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팝콘이나 과자, 비스킷, 초콜릿, 사탕과 오렌지 주스, 콜라 등이 담긴 간식 상자를 지급 받았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원하면 무엇이든 먹어도 되지만 영화는 반드시 혼자서 편안하게 보도록 지시했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이 영화관람을 마친 뒤 이들의 신체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폭력적인 영화를 본 A그룹은 긴장도와 탈진 정도가 높고 감정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본 B그룹에게서는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폭력적인 영화를 본 그룹이 먹은 간식의 수는 평균 6.45개였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본 그룹이 먹은 것은 4.93개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폭력적인 영화를 본 그룹에 속한 42명 중 고지방의 간식을 2개 이상 먹은 사람은 62%, 고나트륨이 함유된 간식을 2개 이상 먹은 사람은 71.4%에 달했다. 다만 단 음식의 소비량은 A그룹과 B그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폭력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장면이 이어지는 강렬한 영화가 감정의 변화와 긴장감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달라진 호르몬 분비가 스트레스를 유발하자 우리 몸이 이러한 변화를 이기기 위해 먹는 것을 통해 위안을 삼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이 식욕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된 적은 있지만, 영화의 장르 역시 음식을 선택이나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움직이지 않고 그저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것만 살이 찌는게 아니라, 무엇을 보는지에 따라서도 살이 찔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정부가 아동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러한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출판사인 엘제비어에서 출간하는 학술지 ‘섭취 행동’(Eating Behaviour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