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40여년간 새끼 800마리, 절멸 종족 되살린 ‘번식왕 거북’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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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PA 연합뉴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1859년 남미의 외딴섬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종의 기원’을 썼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수많은 해양생태종이 서식하고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다윈은 특히 갈라파고스땅거북(코끼리거북)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거북 중 몸집이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사는 육지거북인 갈라파고스땅거북은 갈라파고스 제도 외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다윈이 처음 갈라파고스 제도를 찾았을 때만 해도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15종류의 아종이 있었지만, 선원과 어민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16세기 수십만 마리였던 개체 수는 현재 약 2만 마리까지 급감했다.

1972년 헝가리 출신 과학자가 발견한 갈라파고스 제도 핀타 섬의 마지막 갈라파고스땅거북 ‘조지’가 수십 년간의 보존 노력에도 후손을 남기지 못한 채 2012년 100살이 조금 넘은 나이로 단명하면서 ‘켈로노이디스 니그라 아빙도니’ 종마저 공식적으로 멸종됐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의 평균 수명은 180년~20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몇 아종에서 복원의 기미가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 산타크루즈 섬에서 진행 중인 ‘셸로노이디스 후덴시스’(Chelonoidis hoodensis) 종 보존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 에스파뇰라 섬에 주로 서식하는 셸로노이디스 후덴시스 종은 50년 전만 해도 수컷 3마리와 암컷 12마리 등 15마리가 전부였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에스파뇰라 섬에 사는 셸로노이디스 후덴시스 종은 2000마리까지 늘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사진=EPA 연합뉴스

절멸 위기에 놓였던 종족을 되살린 건 다름 아닌 수컷 거북 한 마리였다. BBC에 따르면 늘어난 2000마리의 거북 중 800마리가 모두 한 수컷 거북의 자손으로 밝혀졌다. ‘정력왕’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보인 거북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온 ‘디에고’다.

디에고는 1900년~1959년 사이 에스파뇰라 섬을 찾은 원정대가 발견해 미국으로 옮겨졌다. 이후 동물원에서 살던 디에고는 수십 년이 지난 1976년 종족 보존의 특명을 띠고 다시 갈라파고스 제도로 가게 됐다.



거북의 주 먹이인 선인장 나뭇잎을 모조리 먹어 치우는 야생 염소들이 쫓겨난 산타크루즈 섬에서 디에고는 다른 14마리의 거북과 함께 본격적인 번식 작업에 들어갔다. 유별난 성욕으로 눈에 띄는 암컷마다 짝짓기를 시도한 디에고는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800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종족 번식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거북이 보존 전문가 워싱턴 타피아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핀타 섬에 살았던 ‘조지’는 무정란을 낳는 등 번식력이 떨어졌고 결국 한 마리의 새끼도 낳지 못한 채 멸종됐다. 반면 디에고는 짝짓기를 정말 좋아했고, 암컷들도 그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100살이 넘은 나이에도 남다른 번식력을 보여준 디에고 덕에 셸로노이디스 후덴시스 종이 멸종 위기를 벗어난 셈이다.

▲ 사진=EPA 연합뉴스

이처럼 종족 보존의 특명을 성공적으로 마친 디에고는 오는 3월 산타크루즈 섬을 떠나 귀향한다. BBC는 11일(현지시간) 디에고가 산타크루즈 섬에서 태어나 에스파뇰라 섬으로 옮겨진 다른 1800마리의 거북의 뒤를 따라 고향인 에스파뇰라 섬으로 돌아간다고 보도했다. 고향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다시 갈라파고스 제도로 보내져 종족 번식의 사명을 수행한 지 약 80년 만이다. 800마리의 자손을 본 디에고는 이제 고향 땅에서 여생을 보내며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난해 2월 갈라파고스 제도 페르난디나 섬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추측됐던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아종 ‘페르난디나 자이언트 거북’ 한 마리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1906년 배설물과 이빨 자국 등이 발견됐지만 그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113년 만의 일이다. 100살이 넘은 것으로 보이는 암컷 거북은 현재 산타크루즈 섬의 전용 사육장으로 옮겨진 상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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