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문을 연 지 30년에 접어드는 그의 목공소의 역사는 코로나19 전후로 나뉜다. 목공소가 만드는 주력 상품이 관이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그는 1달에 평균 30여 개 관을 팔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면서 지금은 하루 평균 30개 관을 팔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판매가 3000% 늘어난 것이다.
2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페루에선 25만70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8223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에서 페루는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 2위를 달리고 있다.
관 주문이 폭주하면서 목공소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호황을 맞았지만 카브레라의 표정은 밝지 않다.
카브레라는 "우리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데 매출이 늘었다고 좋을 리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나도 언제 갈지(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업을 하면서도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다.
워낙 주문이 많다 보니 가족은 지쳐가고 있다. 카브레라는 "관을 짜고, 주문에 따라 흰색이나 갈색으로 칠을 한 뒤 비닐포장을 하면 작업이 끝나는데 가족끼리 하루에 관 30개를 만드는 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카브레라는 종업원을 쓰고 싶지만 이마저도 지금은 쉽지 않다. 작은 공간에 사람이 많다 보면 밀접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목공 작업을 하는 곳에 1명, 페인트와 마무리 작업을 하는 곳에 2~3명 정도 종업원을 쓸까 생각 중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을 만드는 직업 특성상 카브레라는 페루에서 코로나19의 참담함을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사람 중 하나다.
카브레라는 "공식적으론 코로나19 사망자가 8200명 정도지만 실제로는 사망자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가가 사망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건 아니다.
그는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면서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업계에 관 주문이 쇄도하는 걸 보면 분명 사망자는 공식 발표되는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페루에선 장례문화도 서서히 바뀌는 추세다.
현지 언론은 "여전히 매장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화장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