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시골 덫에 걸린 코알라, 알고보니 멸종위기 ‘딩고’ 새끼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 호주에서 멸종위기 포유류가 우연히 발견됐다. 22일(현지시간) 호주 데일리메일은 빅토리아주의 작은 마을에서 멸종위기 취약(VU)종 ‘딩고’ 새끼 두 마리가 구조됐다고 전했다./사진=호주딩고보존재단

호주에서 멸종위기 포유류가 우연히 발견됐다. 22일(현지시간) 호주 데일리메일은 빅토리아주의 작은 마을에서 멸종위기 취약(VU)종 ‘딩고’ 새끼 두 마리가 구조됐다고 전했다.

지난 6월, 호주 멜버른에서 북동쪽으로 190㎞ 떨어진 제미슨 마을에서 생후 6~8주 정도 된 정체불명의 동물 두 마리가 구조됐다. 농로 근처에 설치된 덫에 걸린 새끼들을 거둔 농부는 처음에는 코알라 새끼인 줄로만 알았다. 점차 자라면서 개의 형상을 닮아가는 새끼들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코알라가 아니라 집에서 기르다 버려진 유기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호주 산불로 여러 야생 동물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구조된 터라, 농부는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새끼들을 동물단체에 위탁했다. 그런데 얼마 후 진행한 유전자 검사에서 새끼들의 정체가 다름 아닌 멸종위기종 ‘딩고’(Canis lupus dingo)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딩고보호단체는 “지난 10년간 빅토리아주에서 사실상 멸종됐다고 생각했던 딩고가, 그것도 야생 새끼가 나타나다니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사진=호주딩고보존재단

호주들개라고도 불리는 ‘딩고’는 약 4000년 전 인도와 동남아 일대에서 호주로 유입된 개가 야생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원주민들은 딩고를 인간의 조상이라고 생각했다. 악령을 쫓는다고 믿어 함부로 죽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포식자로서의 본능이 강해 사냥에 성공해도 사람에게 먹이를 양보하지 않았고 영역성도 강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장성한 후에는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야생으로 돌아간 딩고가 캥거루와 왈라비는 물론 소와 양 같은 가축까지 공격하는 유해동물로 변질했다는 점이다. 딩고는 호주 야생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다. 이 때문에 호주인들은 한때 딩고를 잡기 위해 5만㎞ 길이의 울타리를 치기도 했다. 호주 남부에서는 1990년까지 딩고 머리 가죽에 포상금을 걸었다.

▲ 사진=호주딩고보존재단

딩고가 설 자리는 점점 줄었다. 혼종이 넘치면서 순수 혈통의 개체 수도 급감했다. 머지않아 딩고가 완전히 멸종할 거란 예측도 나왔다. 정확한 개체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주 전역에 서식하는 야생 딩고는 약 1~5만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딩고 보호단체 관계자는 “구조된 새끼 두 마리는 고아로 추정된다”면서 “만약 덫에 걸린 딩고를 농부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조된 새끼들은 딩고 보존 번식 프로그램에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딩고재단은 새끼들을 보존 사업에 포함해 앞으로 개체 수 복원에 힘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