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는 탐사선의 장비와 더불어 수성의 수많은 크레이터(crater·분화구)와 화산면, 절벽과 같은 다양한 지질학적 특징이 담겨있다. 또한 수많은 크레이터 중에는 수성에서 가장 큰 것은 물론 태양계에서 가장 큰 크레이터이자 충돌분지인 '칼로리스 분지'(Caloris Planitia)의 모습도 영상에 살짝 보인다.
칼로리스 분지는 지름이 무려 1550㎞로 오래 전 거대한 소행성의 충돌로 만들어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칙술루브 크레이터의 지름이 약 180㎞인 것과 비교하면 수성에 떨어진 천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약 6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이 소행성으로 인해 당시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이 멸종했다.
앞서 베피콜롬보는 지난 23일 수성 표면에서 불과 200㎞ 상공을 근접비행하는데 성공했다. ESA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합작인 베피콜롬보는 수성 탐사를 위해 지난 2018년 10월 발사됐다. 베피콜롬보는 수성 궤도에 안착하기까지 복잡한 비행경로를 거치게 되는데, 지구 1차례, 금성 2차례 그리고 수성에서 6차례 플라이바이를 하게 된다. 이에앞서 베피콜롬보는 지난해 10월 1일 수성을 200㎞ 근접비행하며 첫번째 수성 플라이바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플라이바이는 중력도움으로도 불리는데 행성궤도를 근접통과하면서 행성의 중력을 훔쳐 가속을 얻는 방법을 말한다. 베피콜롬보는 앞으로 4차례 남은 수성 플라이바이를 완료하면 오는 2025년 12월 수성 궤도에 진입한다.
베피콜롬보는 2개의 연결된 우주선과 추진 장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본 임무는 수성 표면을 촬영하고 자기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 베피콜롬보는 이 플라이바이 항법을 개발한 20세기 이탈리아 과학자 주세페 베피 콜롬보의 이름을 딴 것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