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AFP 등 외신의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체르니히우, 키로보그라드, 오데사, 흐멜니츠키 등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가 순항 미사일 67발을 발사했고, 이 중 51발이 격추됐다고 전했다. 드론 5대도 날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키이우에서만 최소 4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 공습의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키이우 대로변에는 화염에 휩싸이다 결국 뼈대만 남은 자동차와 흩날리는 잿더미만 남았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숨진 시민 3명의 시신을 수습하는 키이우 구조대원들의 모습도 공개됐다.
같은 날 남부 자포리자주(州)에도 러시아군의 로켓 공습이 있었다. 이 공습으로 산부인과 병동에 있던 산모와 신생아가 건물 잔해에 깔렸다. 구조대가 잔해 속에서 산모와 의사 등은 구조했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습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암흑으로 만들었다. 최근 잇따른 러시아군의 공습이 우크라이나 전력시설 절반 이상을 파손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CNN은 이날 키이우 북부 포딜스키 지역에 있는 상점과 카페,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CNN은 “신호등이 일부 작동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며 “경찰관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전기 공급이 몇 시간 뒤에는 재개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운영사 우크레네르고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사일 공격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타격을 입었다”면서 “모든 지역에서 긴급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풀이 하듯 주요 기반시설 노린 러시아 공습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한 지 8개월 만에 퇴각하며 자존심을 구긴 러시아는 마치 분풀이를 하듯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을 노린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약 100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는 등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 국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이어지는데다 지난 9월 징집해 전장에 투입한 예비군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전쟁의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최대 70만 명을 대상으로 한 2차 동원령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동원한 징집병은 이미 사망했거나, 부상했거나, 전의를 상실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새로운 징집병을 모집하려 한다는 것.
러시아 당국은 아직 추가 징집령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극도에 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