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42)는 2022년 미국 애리조나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고, 전쟁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해 반역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4월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시베리아의 한 교도소 독방으로 이감됐는데, 지난 22일(현지시간) 화상 법원 심리에 모습을 드러낸 카라-무르자는 “모스크바 정보국 내에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죽음의 부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전문 살인자 그룹이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소속된 암살단”이라고 강조했다.
카라-무르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저항하다가 2015년과 2017년 독극물 중독으로 죽을 고비를 2번이나 넘겼던 인물이다. 당시 그를 독극물로 살해하려한 배후가 러시아 정부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정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그는 독극물 중독으로 인한 신경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환경이 매우 열악한 시베리아의 제6교도소(IK-6)로 이감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발니를 죽인 사람이 푸틴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푸틴 대통령에게 ‘정적 전문 암살단’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는 카라-무르자 한 명 만이 아니다.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얄리야 야신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발언한 후 8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인물이다.
그는 최근 변호인 등을 통해 공개한 SNS 글에서 “나발니를 죽인 것이 푸틴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푸틴은 전범자”라면서 “나발니는 푸틴과 크렘린궁(대통령실)의 미움을 받았다. 그에게는 (나발니를 죽일) 동기와 기회가 모두 있었다. 그가 살인을 명령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 역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계속해서 (푸틴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발니가 살해 당했다는 증거들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해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발니의 유가족과 서방 언론들은 그가 독살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반정부 독립매체인 노바야 가제타 측은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의 증언을 인용해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나발니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면서 “심지어 그의 사망 소식은 교도소 측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전에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나발니의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자신의 남편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발니가 사망하기 불과 며칠 전 감시카메라가 고장났다는 사실도 의심스러운 부분으로 꼽힌다.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닷넷은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스파이들이 나발니를 살해하기 며칠 전 나발니의 모습이 촬영되는 감시카메라의 연결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굴라구닷넷은 “러시아 당국은 ‘지나치게’ 신속하게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나발니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오후 2시 17분인데, 당국이 보도자료를 내보낸 시간은 불과 2분 후인 2시 19분”이라면서 “그의 죽음부터 보도자료까지 모든 것이 분 단위, 초 단위로 사전 계획되고 조정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같은 감옥에 수감된 수감자들은 그가 사망하기 전날 밤 교도소에 등장한 정체 불명의 차량을 목격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