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군은 흑해에서 해상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상륙함 1척을 침몰시켰다고 밝혔다.
당시 해상 드론 공격을 받은 상륙함인 카이사르 쿠니코프함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 인근의 알루프카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서야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된 영상은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병사들이 상륙함 폭발로 인해 함선이 파괴되기 전까지 20여분 동안 다가오는 드론을 물리치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해상 드론이 ‘귀신처럼’ 다가와 상륙함에 부딪힐 때마다 폭발과 함께 밤바다가 환하게 밝하졌고, 카이사르 쿠니코프함 승조원들은 이를 막기 위해 포탄 수천 발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드론 공격을 막지 못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이 해당 영상을 공개한 것은 카이사르 쿠니코프함이 공격받을 당시 승조원들이 비겁하게 배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일부 비난에 반박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을 공개한 채널 측은 “현재 카이사르 쿠니코프함 선원들은 겁쟁이와 악마처럼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 영상을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승조원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최소한 이들을 악당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공식적인 사상자 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 공격으로 승조원 수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코토프함은 2021년 1월 진수식을 가진 뒤 2022년 7월 흑해함대에 취역한 러시아군의 최신형 군함이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에 따르면 파괴된 세르게이 코토프함의 가격은 6500만 달러, 한화로 약 870억 원에 달하며, 지난 2월 카이사르 쿠니코프함에 이어 세르게이 코토프함까지 파괴한 공격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해상 드론인 ‘마구라 V5’(MAGURA V5)가 동원됐다.
마구라 해상 드론은 최대 1t의 폭발물을 싣고 80km의 속도로 60시간, 400km까지 운항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 당시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긴 뒤 제해권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상 드론을 통한 공격으로 적지 않은 이득을 보고 있다.
지난 2월 유도미사일함인 이바노베츠함을 침몰시킨 것도 같은 해상 드론이었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보안국 책임자인 바실 말리우크는 CNN에 “해상 드론은 러시아의 침공 직후 수개월에 걸쳐 개발한 결과물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만이 가진 기술이 적용됐다”면서 “해당 해상 드론 개발에 민간기업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이 시작된 지 약 8개월 후인 2022년 10월, 전장에 첫 해상 드론을 투입한 뒤, 러시아의 공격에 대항하는 동시에 전황을 뒤바꿀 무기 중 하나로 해상 드론을 선택하고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측은 “작고 빠른 자폭 해상 드론이 해전 상황을 바꾸어놓았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오만함’을 묻어버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