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절단’ 여성 할례를 법으로 허락해주는 국가…“엄연한 종교적 권리”주장 [핫이슈]

악습 중에서도 최악의 악습으로 꼽히는 ‘여성 할례’ 금지법에 대한 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국가가 나왔다. 여성 할례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시류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로이터 통신의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국회의원들은 할례 금지법 폐지에 대해 토론했다.

여성 할례는 의료적 행위와 관계없이 종교 또는 문화적 관습에 따라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절제해 손상을 입히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부와 이집트 등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일종의 성인의식으로 여긴다.

할례의 악습은 여성이라면 반드시 성욕을 억제해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사고에서 시작됐으며, 비위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 인만큼 각국 정부는 여성 할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할례가 여성의 건강에 전혀 이점이 되지 않으며, 도리어 과도한 출혈과 쇼크, 심리적 문제와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슬람 국가인 감비아 역시 오랜 전통이었던 여성 할례를 2015년에 법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긴 사람들에게는 벌금과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달 초 감비아의 국회의원인 알마메 기바는 여성 할례 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안을 제출했다. 할례 금지령이 시민의 문화와 종교 활동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게 기바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현지 국회에서는 할례 금지법 폐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압도적으로 많은 국회의원이 ‘법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바 의원이 내놓은 할례 금지법 폐지안은 국회 위원회에 보내져 검토될 예정이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감비아는 전 세계에서 여성 할례 금지를 철회한 첫 번째 국가가 된다.

할례 금지 목소리에도 여성 사례자 증가

여성의 인권과 생명을 위해 할례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는 할례를 경험한 여성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할례를 경험한 여성과 소녀의 수는 8년 전 2억 명에서 최근 2억 3000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상당수의 사례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나왔다. 아프리카에서 1억 4400만 건, 아시아에서 8000만 건 이상, 중동에서 600만 건 이상의 할례가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여성단체 이퀄리티 나우는 “현재 여성 할례가 행해지는 92개국 중 절반 이상이 할례를 금지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할례 금지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버젓이 불법으로 이를 시행하는 국가가 수십 곳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퀄리티 나우 측은 “만약 감비아에서 여성 할례 금지법이 철회된다면, 여성 할례를 막기 위한 다른 활동들이 실패하거나 후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송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