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영상은 지난 7일 러시아의 국영 통신사 리아노보스티(RIA)가 공개한 것으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러시아의 무기 전문가가 스톰 섀도의 탄두를 입수했다며 조목조목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스톰 섀도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침투 깊이, 작동 범위, 사용된 센서 등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텔레그래프 등 서방언론은 겉보기에 손상이 없는 흰색 금속 구형 물체가 해당 영상에 나오지만 스톰 섀도라고 식별한 만한 표시는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일에도 RIA는 러시아군이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유도시스템을 노획해 분석 중에 있다며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역시 한 러시아의 무기 전문가가 에이태큼스 유도시스템을 이리저리 뜯어 분석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영상에서 그는 부품을 보여주며 “레이저 링 자이로스코프가 3개 있으며 이를 통해 조정된 탄도 궤적을 유지한다”면서 “GPS 안테나 덕분에 탄도 궤적의 1차 및 최종 구간에서 수정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GPS 유도 시스템 부품 뒷면에 라벨이 붙어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는 미국 앨라배마의 미군기지에 나온 것임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영상에서처럼 실제로 러시아군이 스톰 섀도와 에이태큼스의 일부를 손에 넣었다면 자신들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무기에 대한 정보를 상당 부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 섀도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장거리 순항 미사일로 보통 항공기에서 발사되는데 사거리가 250㎞ 이상에 달한다. 특히 스톰 섀도는 발사되면 적 레이더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낮은 고도로 내려간 후 적외선 탐지기로 목표물을 찾아가 타격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스톰 섀도는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고 전장을 불바다로 만들거나, 러시아군 고위 장교 여럿이 스톰 섀도에 맞아 사망하면서 러시아군에게는 가장 큰 경계의 대상이 됐다.
에이태큼스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미 육군의 전술탄도미사일로, 사거리는 약 300㎞에 이른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 지원을 절실하게 원했지만, 미국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한 전황이 길어지자 미국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신형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비밀리에 제공했다.
박종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