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뉴먼의 늦은 시작, 한 줄기 빛으로 역사가 되리니 [으른들의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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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넷 뉴먼, ‘영웅적이고 숭고한 인간’, 1950~1951, 캔버스에 유채, 242.3×541.7㎝,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바넷 뉴먼(1905-1970)은 폴란드 출신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는 뉴욕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뉴먼은 처음엔 예술가가 되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예술가들의 전시 서문이나 비평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면서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서른 살이 되어서야 그림을 그린 뉴먼은 늦게 시작한 만큼 서둘렀다. 빨리 유명해지고 싶었다. 나이 마흔에 접어들자 자신의 서명과도 같은 작품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가 찾은 것은 바로 한 줄기 선이었다.

뒤늦게 길을 찾은 뉴먼이 발견한 ‘한 줄기 선’뉴먼은 활동 초기에 초현실주의 영향을 받았지만 곧 자신만의 예술을 개척했다. 그가 ‘짚’(zip)이라고 부른 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그것은 빛이며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간 길이자 종교였다.

이 선의 역할은 다양하다. 여러 면을 이어주기도 하고 분리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새벽을 가르는 미명이기도 하고 때로는 핵폭발의 섬광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빛은 숭고함을 나타내기도 하고 동시에 파괴를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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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넷 뉴먼, ‘무제’, 1955, 캔버스에 유채, 45.7×17.8㎝, 유대인미술관


뉴먼의 연작 가운데 ‘십자가의 길’이 있다. 십자가의 길은 대개 14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길은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산으로 올라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무덤에 묻히는 장면들을 그렸다. 이 길이 너무 고통스러워 십자가를 짊어진 그리스도가 세 번이나 넘어지며 ‘고통의 길’로 불린다.

이 연작은 고통의 길이라는 점 때문에, 그리고 뉴먼이 유대인이라는 점 때문에,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이 걸어간 마지막 길로 여겨진다.

실수·실패를 지운 뉴먼…과거 가치를 버린 과오뉴먼은 자신의 작업이 성숙해졌다고 여겼을 때 초기작들을 대거 삭제하고 제거해버렸다. 늦은 시작으로 성공에 목말랐던 그는 자신의 초기작들이 가치 없고 쓸데없는 것이라 여겼다. 초기에 보인 무수한 실수와 실패가 창피했다. 그러나 넘어지고 실수하는 과거는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거울이다. 과거는 자꾸 꺼내어 닦아볼 필요가 있다.

늦게나마 자신의 길을 개척한 뉴먼에게 박수를, 또한 자신의 과거가 미흡하지만 가치있다고 여기는 모든 이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뉴먼의 한 줄기 빛은 새해 첫날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한 이에게 빛이 될 것이다.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미술사학자 bostonmur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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