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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 감퇴 없이 정자 생성만 중단”…부작용 없는 ‘남성 피임약’ 나온다 [핵잼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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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서베이


콘돔과 정관수술에 의존해 온 남성 피임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존 호르몬 조절 방식의 한계로 지목됐던 성욕 감퇴 등 부작용 없이, 정자 생성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10일 학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코넬대 유전학 연구팀은 신체의 호르몬 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정자 생성을 가역적으로 중단시키는 기전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됐다.

지금까지 남성용 피임약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은 호르몬 부작용이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여드름 발생, 체중 증가, 감정 기복은 물론 성욕 감퇴와 같은 부작용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폴라 코언 교수 연구팀은 약 6년에 걸친 연구 끝에 호르몬 대신 생식세포 생성 과정인 ‘감수분열’ 단계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저분자 화합물인 ‘JQ1’을 활용해 정자 형성에 필수적인 특정 단백질 복합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했다. 이를 통해 정자가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신체 전반의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피임 효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동물실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약물을 투여받은 수컷 쥐는 암컷과의 교배 뒤에도 임신이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약 6주 후부터 정상적인 정자가 다시 생성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후 진행된 번식 실험에서도 태어난 새끼 쥐들에게서 신체적·행동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차세대 번식 능력 또한 정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방식이 매일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나 피부 부착형 패치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복용 망각으로 인한 피임 실패율을 낮추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으로, 연구 초기 단계인 만큼 인간에 대한 임상시험이 추후 이뤄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성이 스스로 가임력을 조절할 수 있는 안전한 가역적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며 “호르몬 부작용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선 새로운 피임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2년 내 인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바이오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후속 연구와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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