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군 최소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무기의 정체가 공개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군 당국은 지난 17일 미군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란의 요르단 미 공군기지 타격에 중거리 미사일 ‘케이바르 셰칸’ 미사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케이바르 셰칸은 2022년 처음 실전에 투입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이다. 사거리는 약 1450㎞, 길이는 11.4m, 직경은 약 76㎝로 알려졌으며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전 연료 주입 과정이 필요해 준비 시간이 길고 위성이나 정찰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가 이미 충전돼 있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짧은 시간 안에 발사할 수 있다.
이란의 당시 공격은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등 방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회피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케이바르 셰칸에 기동성 재입격 탄두(대기권에 다시 들어온 뒤 궤도를 바꾸는 탄두)를 채택해 요격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미사일의 사정권에는 이스라엘 전역과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등 걸프 지역 미군 기지 상당수와 중동 주요 전략시설이 모두 포함된다.
‘케이바르 셰칸’이라는 이름은 페르시아어로 ‘카이바르(Khaybar)를 무너뜨리는 자’라는 의미다. 카이바르는 7세기 아라비아 북부의 유대인 요새 도시를 의미하며 이란은 상징성을 고려해 이 이름을 미사일에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미사일 능력 무력화 됐다더니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이란의 당시 공격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미 국방부 주장을 반박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이란의 미사일과 발사대가 고갈되고 파괴돼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케이바르 셰칸 미사일을 포함한 이란 무기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3~4월 폭격한 거대한 지하 시설에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이란은 휴전 기간을 이용해 지하 시설을 복원하고 전력 재건에 나섰다. 매몰된 지하 시설 출입구를 파내고 일부 기지에서 미사일과 발사대의 전력을 살려 공격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의 이란 전문가 니콜 그래제우스키 교수는 “요르단에 발사된 미사일이 이란 타브리즈 지역 근처 기지나 작전을 재개한 이란 서부의 다른 기지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이 미사일을 보충했거나 기지에 파묻혔던 미사일 일부를 파낼 수 있었다는 의미”라며 “이들이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미사일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미국 방공망 뚫어버린 비결전문가들은 이란이 미사일 재고를 여전히 확보하고 있으며 오히려 방공망을 회피하는 데 더 능숙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지난 18일 “이번 공격으로 이란은 미사일 재고가 여전히 충분할 뿐 아니라 미군 방공망을 회피하는 능력도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의 발사 시점, 비행 궤적, 그리고 운용 조합을 변경해 미국 측의 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이란의 발전된 미사일 기술은 미국의 방어망을 우회해 중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고, 미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은 고속·기동형 미사일을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 발사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방어체계에 대응(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최근 유출된 미국 정보평가를 인용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건재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5월 기준으로 전쟁 전 미사일 재고와 발사대의 약 70%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 미사일 발사 장소 33곳 가운데 30곳을 복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 공습을 시작으로 38일간 폭격을 퍼부었으나 이란의 미사일 공격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실패했다.
가디언은 “이란 지하 미사일 기지 입구가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따른 잔해로 한때 막혔을 가능성은 있지만, 늦봄 휴전 기간에 이란이 잔해를 치울 시간이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미군 사망자 발생을 계기로 더욱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한 이후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까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한다고 선언하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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