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성인 시민 모두에게 1인당 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67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으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일부 국가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이긴다면,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공한 기업이 주주들에게 현금을 배당하는 것에 빗대며 “이를 ‘트럼프 배당금’이라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배당금’의 재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공약을 실행하려면 1조 달러(한화 1344조 7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의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연간 재정 적자가 1조 8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1조 달러가 넘는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물가와 국가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내 대권 잠룡 중 하나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배당금 지급안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고, 공화당 소속 랄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칩 로이(텍사스) 연방 하원의원 등도 경제적 부담과 실현 가능성 및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트럼프 배당금 5000달러 지급을 두고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13일 “대통령은 의회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트럼프 배당금은) 창의적인 발상이다. 그는 큰 구상을 하는 대통령이며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배당금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란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고물가가 이어지자 민심이 이탈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공약은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선거를 두 달여 앞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반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상원까지 탈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현금 지급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해당 공약을 현실화할 경우 미국 국민에게 지급되는 670만원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풀게 되면 미국 내 소비가 크게 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이미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규모 현금 지급이 더해질 경우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인하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한국의 금리 역시 영향을 받는다.
환율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조 달러라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위해 미국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이는 수입 물가와 유학 비용 등의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환율로 인한 달러 강세는 달러 자산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지면 생기는 일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한다면 한국은 거액의 배당금으로 인한 일시적인 경제 부담은 피할 수 있으나 더 거센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텍사스대(UT Dallas)의 심규상 행정·정치·정책대학원 조교수는 지난 10일 뉴스1에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지지율이 낮아질수록 해외직접투자 차단 등 대외적으로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지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주한미군 자산 재배치 카드, 무역 협상 재조율 등 일률적이고 강경한 ‘청구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패배가 현실이 될 경우 국내 정국 경색을 돌파하기 위해 대외 외교 및 통상 분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심 교수의 전망이다. 외교·군사 분야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의회의 견제를 피해 강력한 행정명령과 강경한 대외 압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대중 접근이나 대미 노선과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에게든 같은 방식의 ‘청구서’를 던지는 스타일”이라며 “다만 대외정책이 강경해질수록 주한미군 전략자산 운용이나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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