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F-4E 팬텀, 이륙 몇 분 만에 저고도 선회 중 추락
수천 관중 앞 검은 연기…에어쇼 중단·공군 사흘간 애도
수천 명의 관중이 지켜보던 그리스 에어쇼에서 공군 F-4 팬텀 전투기가 저고도 기동 중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순간을 담은 영상에는 기체가 지상 가까이에서 선회하다 그대로 추락한 뒤 거대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고는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타나그라 공군기지에서 열린 국제 에어쇼 ‘아테네 플라잉 위크’ 도중 발생했다.
그리스 공군의 복좌형 F-4 팬텀은 이륙한 뒤 저고도로 비행하며 기동을 선보였다. 공개된 영상에서 전투기는 지면에서 불과 몇 m 높이로 오른쪽 선회를 시도하다 고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충돌 직후 기체는 화염에 휩싸였다.
현장 목격자는 그리스 공영방송 ERT에 전투기가 이륙한 지 3분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추락 지점은 공군기지에서 약 2㎞ 떨어진 곳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행사장에는 수천 명이 모여 있었지만 관중이나 인근 주민의 추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기체에 타고 있던 조종사 2명은 모두 숨졌다.
이륙 3분도 안 돼 추락…충돌 뒤 두 번째 폭발까지
추락 충격으로 인근에는 화재도 발생했다. 영상에는 첫 충돌 뒤 검은 연기가 솟구친 데 이어 기체가 부서지는 과정에서 다시 큰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도 담겼다.
불은 주변 산림으로 번졌고, 소방 당국은 소방관 85명과 항공기·헬기 11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가 이어지면서 초기 구조 작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공군기지에서는 사고 직후 확성기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현장을 떠나라고 안내했다. 주최 측은 주말 동안 예정했던 나머지 에어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인근 일부 지역에는 대피령도 내려졌다.
아테네 플라잉 위크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군용기와 민간 항공팀이 참가하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국제 항공 행사다. 올해 행사 역시 각종 전투기와 곡예비행팀의 비행을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타나그라 기지를 찾았다.
그리스 공군 사흘간 애도…추락 원인 조사
그리스 공군은 사고로 숨진 조종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며 군 조종사들이 임무 수행 과정에서 감수하는 위험을 언급했다.
그리스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엔진 이상이나 조종 실수 등 구체적인 원인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F-4 팬텀은 미국이 1950년대 말 개발한 쌍발 초음속 전투기로 베트남전 등에서 널리 운용됐다. 이후 여러 국가가 장기간 개량해 사용했으며 그리스 역시 F-4 계열을 운용해 왔다.
이번 사고는 관중 바로 앞에서 고난도 저고도 기동을 선보이던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다만 기체가 관람 구역과 떨어진 곳에 추락하면서 지상에서 추가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피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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