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안정을 돕지 않은 국가들에게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전 세계 국가들은 이 사기극 같은 큰불이 모두 끝나면 미국에 배상해야 하며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 나라들을 위해 그 일(전쟁)을 하고 있고,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그렇게 해 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장은 이란 전쟁이 전 세계를 위한 것임에도 동맹국이 미국을 제대로 돕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파병 요구도 모자라 ‘청구서’까지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를 위한 군함 파견 등을 요구했지만 동맹국들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치솟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한국에 파병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군사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를 갑작스럽게 축소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한 파병 요구에 더해 종전 후 미국이 전쟁에 사용한 비용을 받아내겠다는 청구서까지 예고한 셈이다.
동맹국을 향한 강경한 발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전쟁에 대한 불만 여론이 커지자 미국을 돕지 않은 다른 나라에 화살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유 부족 사태는 중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현재 전 세계 경유 부족 현상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 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맹국에 청구서 내밀겠다며 사우디는 외면?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은 국가에 배상금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정작 중동의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 요청은 외면하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이 후티 반군에 밀리고 사우디 본토가 공격을 받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지난 10일 보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홍해의 요충지로 접근하는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미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빈살만 왕세자는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의 요충 도시인 예멘 모카로 진격하고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이 후퇴하고 있으나 미군이 후티에 대해 공습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하는 대신 미국이 사우디에 후티 관련 정보와 표적 데이터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우방국인 사우디의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한 배경에는 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전을 피하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미 함정에 공격을 가하는 등 확전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홍해 교전에 휘말린다면 중동 상황이 더 악화하고 이란의 의도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교전이 격화하자 이란과 대리 세력들은 확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이란 입장에서 대리 세력들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등 주요 에너지 수송로를 틀어막으면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을 방해하고 미 함정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동맹인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통제하게 되면 이란은 미국 및 걸프 지역 동맹국들을 상대로 강력한 새로운 협상 지렛대를 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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