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군이 경무장 함선을 특이하게 도색하고 그물을 설치해 관심을 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나이티드24 미디어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발트 함대의 크론시타트 해군 기지에서 포착된 코르벳함의 모습을 공개했다.
러시아 해군이 대잠용으로 운용하는 이 코르벳함은 과거 동독에서 건조된 800톤급으로 지난달 22일 이 해군기지에서 특이한 모습으로 목격됐다. 선체 측면 일부가 붉은색 벽돌벽 형태로 칠해져 있고 그 위에는 창문 모양까지 그려져 있다. 또한 선체 앞부분과 뒷부분은 네모 형태로 얼룩덜룩 색칠되어 있으며, 포탑 겉면은 호랑이 무늬가 칠해져 있다. 여기에 함정 상부 구조물과 갑판 주위로 그물막이 설치된 것도 확인된다.
이처럼 함정이 특이하게 색칠된 이유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표적 인식 드론에 혼란을 주기 위한 위장용이다. 창문 같은 그림은 민간 건물이나 항만 시설처럼 보이도록 하고, 얼룩덜룩한 도색은 원거리에서 봤을 때 함정의 실제 크기, 방향, 형태를 왜곡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그물은 자폭 드론이 함정의 취약한 구조물이나 어뢰 발사관 등에 직접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개전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무기 체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의 이 같은 조치는 여러 함정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후 이를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실제로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는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도색 작업은 항공이나 위성 관측에 대비하는 전통적인 위장 목적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저해상도 영상에 의존하는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 조종사들이 목표물을 식별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교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역설적으로 이는 러시아 해군의 현대적인 대공·대드론 방어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막아내고자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전차를 비롯한 각종 육상 전력과 공군 기지, 해군 기지, 함정, 민간 유조선 심지어 핵잠수함 위에도 철망 등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얼룩말처럼 색칠한 군용 차량도 등장했는데, 이 역시 인간의 눈이 아닌 AI를 속이기 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최신 드론은 AI 기술이 적용돼 트럭의 형태(윤곽선)를 자동으로 인식해 추적한 후 공격한다. 군용 차량의 외형이 심하게 왜곡되면 AI에 혼돈을 줘 최소한 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질 만큼의 확실함을 주지 못한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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