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7일 휴전안’을 제안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휴전안에 회의적이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을 상대로 한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란은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구체적인 7일 계획을 전달했다.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될 수 있으며, 7일 이내에 정상적인 해상 통행이 복귀될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휴전안’에는 7일 안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를 해제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이후 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을 전제로 한다.
WSJ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가 걸린 휴전안을 거부한 셈이다.
트럼프가 휴전안 거부한 이유는?이란 측의 ‘7일 휴전’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의사는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을 타격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의 요구에 부합할지 회의적이며 이란에 대한 폭격 작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참모진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미국 측은 해상 봉쇄 등 대이란 제재가 오히려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휴전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배경을 두고 양쪽이 협상을 앞두고 벌이는 일종의 기싸움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MOU)를 맺고 후속 협상에 들어갔으나 이행 단계에서 사실상 무산됐다. 당시 양해각서는 대이란 제재 완화,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 해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 중단 등을 포함했다.
이란 대통령 “핵 협상 준비돼 있다” 주장에 이란 발칵한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현지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이 재개될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사찰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엔 핵 사찰단의 이란 입국을 허용할 것이냐는 CBS뉴스의 질문에 “전적으로 맞다”고 답했다. 과거 IAEA 사찰단이 이란 핵시설에 완전한 접근권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재차 사찰 허용 여부를 묻자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같은 답변을 내놨다.
다만 그는 “사찰단이 들어와 사찰하기를 원한다면 사찰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합의할 수 있다”고 덧붙여 구체적인 사찰 방식과 범위는 향후 협상 대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이란이 60% 수준까지 농축한 고농축우라늄(HEU) 재고를 희석할 용의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란은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시작되기 전 양해각서로 복귀하길 바란다”
이와 관련해 이란 반정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이 강경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란 강경파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핵 문제에 대한 유연성을 시사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후 그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란 정치권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워싱턴과 실제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양보는 훨씬 더 논쟁적”이라고 평가했다.
강경파 활동가인 모하마드-호세인 차보시는 “페제시키안 대통령, 핵 문제나 우라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지 마시오”라며 “당신이 진실을 말하면 지지하지만, 선을 넘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우리는 핵 문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아라그치 장관의 ‘7일 휴전안’도 이란의 일부 강경파에게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매체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이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이란의 제안을 전달한 후부터 강경파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의 강경파 의원인 아미르-호세인 사베티는 아라그치 장관의 해당 7일 휴전안 소식이 전해진 뒤 그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러한 상반된 메시지들은 미국과의 접촉 재개에 있어 이란이 직면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며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라그치 장관은 협상 타결에 필요한 양보와 순서를 제시하는 반면, 강경파는 이란이 대립을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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