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나트륨에 수분 늘고 음식 무게도 반영…굶기보다 평소 식사·활동부터 회복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체중계 숫자가 1~2㎏ 늘었다고 곧바로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부터 떠올릴 필요는 없다. 며칠 사이 불어난 몸무게에는 실제 체지방뿐 아니라 탄수화물·나트륨 섭취로 늘어난 수분과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음식의 무게도 함께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과 갈비찜, 잡채, 송편 등 명절 음식은 평소 식사보다 탄수화물과 나트륨 섭취량을 늘리기 쉽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몸은 남은 포도당 일부를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한다. 이때 수분도 함께 저장된다. 짠 음식을 많이 먹어도 체내에 수분이 평소보다 많이 머물 수 있다.
여기에 연휴 동안 섭취한 음식 가운데 아직 소화·배출되지 않은 내용물의 무게까지 체중계에 잡힌다. 따라서 짧은 기간 2㎏이 늘었다고 해서 체지방이 그대로 2㎏ 증가했다고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권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도 명절 전후 체중 증가에 놀라 식사를 거르거나 극단적으로 섭취량을 줄이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평소 식사와 활동 패턴으로 돌아간 뒤 며칠간 몸무게 변화를 지켜보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체중 2㎏ 늘었는데 실제 지방은?…해외 연구선 평균 수백g해외 연구에서도 연휴나 휴가 기간의 평균 체중 증가량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작은 경우가 많았다.
미국 성인 195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추수감사절부터 새해까지 약 6주 동안 체중이 평균 약 0.37㎏ 증가했다. 1~3주간 휴가를 보낸 성인 122명을 조사한 별도 연구에서도 휴가 직후 평균 증가량은 약 0.32㎏이었다.
물론 이 결과를 한국의 추석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식습관과 연휴 기간이 다르고 개인별 체중 변화도 크다. 일부 참가자는 평균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또 연휴 뒤 증가한 체중을 모두 ‘수분’이라며 방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체지방도 늘 수 있고, 연휴 때 늘어난 체중 일부가 이후에도 빠지지 않고 남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연휴 직후 하루의 숫자보다 평소 생활로 돌아온 뒤 며칠간 체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체중계 숫자에 놀라 비만치료제를 서둘러 찾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며칠 사이 붙은 ‘급찐 살’을 한두 번의 주사로 되돌리는 약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는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 등이 치료 대상이 된다. 단순히 명절 뒤 1~2㎏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약물치료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위고비·마운자로도 ‘급찐 살 주사’ 아냐…장기 관리용 치료제위고비는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티드, 마운자로는 GIP와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터제파타이드를 성분으로 한다. 두 약 모두 식이·운동과 함께 장기적인 체중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한다.
처음부터 높은 용량을 투여해 빠르게 체중을 줄이는 방식도 아니다. 마운자로는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 일정 기간 투여한 뒤 효과와 부작용 등을 살피면서 의료진이 단계적으로 용량을 조절한다. 위고비 역시 단계적인 증량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연휴가 끝난 직후에는 굶거나 무리한 운동으로 체중계 숫자를 급하게 낮추려 하기보다 평소 식사 시간과 양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남은 전이나 튀김, 갈비찜 등은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고 적당량을 덜어 먹고, 채소와 단백질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후에는 과일·한과·과자·단 음료를 계속 먹는 습관을 줄이고 걷기 등 일상 활동량도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
결국 연휴 직후 늘어난 1~2㎏만 보고 ‘살이 확 쪘다’고 단정하거나 비만치료제부터 찾기보다는 평소 생활로 돌아간 뒤 체중 추이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이후에도 체중 증가가 지속되거나 장기적인 비만 관리가 필요하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약물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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