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핵무기 배치 금지 해제 추진에 반발…RIA “편집방침·러 국가정책과 무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과 어떤 종류의 충돌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 국영통신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를 겨냥해 핵탄두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한 글이 올라왔다가 약 3시간 만에 삭제됐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통신 RIA 노보스티는 ‘러시아는 또 다른 특별군사작전을 앞두고 있다. 그것은 매우 짧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글은 RIA 노보스티 외부 필자 알렉산드르 노소비치가 작성했다.
노소비치는 글에서 리투아니아가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둘 수 있도록 헌법상 금지 조항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문제 삼았다. 그는 리투아니아를 우크라이나와 비교하면서 러시아가 또 다른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게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특히 지상군까지 보낼 필요가 없을 수 있다면서 “적절한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어 결정이 단순히 빠른 수준이 아니라 “번개처럼”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사실상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특수작전 매우 짧을 것”…3시간 뒤 글 사라져
하지만 해당 글은 오래 남아 있지 않았다.
리투아니아 매체 델피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기고문은 RIA 노보스티 홈페이지에 약 3시간 동안 공개된 뒤 삭제됐다. 이후 원래 기사 주소에는 편집자 명의의 짧은 설명이 대신 등장했다.
RIA 노보스티는 해당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편집진의 견해와 편집 방침, 러시아 연방의 국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문제의 핵타격 주장이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방침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삭제된 글의 사본은 웹아카이브 등에 남았다.
글이 나온 배경에는 리투아니아의 핵무기 관련 헌법 개정 움직임이 있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지난 22일 자국 영토에 대량살상무기와 외국 군사기지를 둘 수 없도록 한 헌법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에 대해 심의 후 찬성 99표, 반대 13표, 기권 5표로 찬성했다.
다만 이번 표결로 곧바로 리투아니아에 핵무기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을 실제로 고치려면 최소 3개월 간격을 두고 두 차례 표결해야 하며, 매번 전체 의원 141명 가운데 최소 94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리투아니아 국방 당국도 평시 핵무기 배치 계획은 없으며, 개정안은 위기나 전쟁 상황에서 선택지를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푸틴은 “유럽과 충돌 준비 안 해”
눈길을 끄는 것은 해당 기고문이 게재·삭제된 시점과 푸틴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겹친다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나토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 “우리는 유럽과 어떤 종류의 적대 행위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유럽과 긴장을 고조시킬 실질적인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에도 “러시아는 유럽이나 유럽 국가들에 공격적인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크렘린은 이후 프랑스 정치권이 러시아의 개입과 위협을 문제 삼자 푸틴의 이런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따라서 RIA 노보스티에 실린 기고문과 푸틴 대통령의 공식 발언은 같은 시기 상반된 메시지를 보여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나 크렘린이 해당 기고문의 작성·게재에 관여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RIA 노보스티 역시 글을 삭제하며 러시아 국가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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