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유엔 총회에서 전격 공개한 것을 놓고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군 2명의 현재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전언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28일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우울증과 비만 증세를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통은 조선일보에 “포로 송환 문제가 여러 국가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포로들의 거취 문제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담당해 왔다”며 “이에 따라 외부 접촉이 엄격하게 관리됐고, 산책 등의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두 포로가) 처음 생포됐을 당시와 비교하면 체중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일부는 상당히 우울해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군 포로들의 체중 증가나 우울 증세가 의학적으로 진단된 것인지, 우크라이나 측의 관리 강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이들은 국가정보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조사와 신문을 받은 이후, 통일부 관리를 받는 일반 탈북민들과 달리 국정원의 단독 보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 내부에서도 포로 송환 공개에 비판 목소리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에 대한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자 우크라이나 정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와 인터팍스 통신에 따르면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의 미디어 고문인 옥사나 토로프는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송환 공개를 “쇼”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는 양국 간의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쇼, 과장된 홍보, 강렬한 장면을 위한 강렬한 효과. 또 시작이다”라고 적었다.
잘루즈니 대사는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인사가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한 셈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은 해당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고 반박했다.
드미트로 리트빈 보좌관은 “(한국과) 그런 (비공개) 합의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정 포로들이 어디로 보내지는지 숨기는 것도 잘못된 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잘루즈니 대사는 “내가 파악한 바로는 (한국과 비공개) 합의가 있었고 포로 문제는 한국과의 더 큰 협력 협상 과정의 일부였다”고 재반박했다. 이에 리트빈 보좌관은 “침묵하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27일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에 있어 충분한 사전 설명이나 구체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금번 유엔 총회에서 대통령 연설을 통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전격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합의에 위반한 일방적 공개와 이에 이은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북한이 불편한 이유는?일각에서는 북한군 포로들의 한국행이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사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포로가 된 데 이어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것을 비판하는 순간 북한군의 파병과 한국행을 모두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사례를 노동신문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연합뉴스에 “북한이 문제를 부각할수록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다시 환기하는 결과가 되는 만큼 대대적으로 문제 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에게서 나오는 정보가 북한에는 아플 수 있다”며 “북한군이 열악한 환경에 놓였거나 러시아군에 의해 소모적으로 운용됐다는 증언 등이 나올 경우 북한 내부의 파병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들을 통해 파병과 전쟁의 실상 등이 알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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