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의회가 정부에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의 미수금 지급을 촉구했다.
이라크 현지 매체인 샤파크 뉴스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전날 이라크 의회 투자개발위원회가 바그다드의 비스마야 주거단지 사업을 진행 중이던 한화에 대한 미납금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스마야 주거단지 사업을 추진 중이던 한화는 지난주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재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개발 사업에서 철수하고 이라크 직원들에 대한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이라크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잔 알 사아드 투자개발위원장은 “한화는 이라크 정부가 미납금 정산일을 정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 1일부터 해당 단지의 상하수도 시설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 한화에 대한 미지급금 2억 7000만 달러(한화 약 3707억원)와 약 6년간의 지연 보상금 3억 달러(약 4089억원) 등을 신속히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한화 건설 부문은 최근 비스먀야 신도시 사업의 미수금 지급 지연에 따라 다음 달 15일부로 현지인 직원 전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결정이 현실화한다면 한화 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미수금만 남은 채 사실상 중단되게 된다.
비스먀야 신도시 사업이란?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이라크 정부가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 대규모 주거도시를 새로 건설하는 국가 주택사업이다. 비스야마는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지역에 있으며, 전체 부지는 약 1830헥타르로 분당신도시와 비슷한 규모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2년 NIC와 계약을 체결하고 약 10만 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최초 계약 규모는 약 80억 달러였으며, 이후 학교·병원·소방서·경찰서·도로·전력·상하수도 등 도시 운영에 필요한 사회기반시설 공사가 추가되면서 전체 사업 규모가 1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됐다.
한화 측은 이 사업을 이라크 현대사에서 가장 큰 도시개발 사업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해 왔으며, 현재 한화가 해외에서 수행한 대표적인 도시개발 사업으로 꼽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사업 규모가 크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대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앞서 2022년에도 이라크 정부의 대금 지급 지연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가 복원됐으며, 이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라크의 재정이 악화하면서 결국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라크 의회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에게 “미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화 건설이 두바이 국제중재센터에 국제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라크가 40억 달러(약 5조 46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다만 이라크 의원들은 정부가 한국 정부에 미수금을 지급할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우리 정부 파악보다 규모 큰 미지급금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실은 국내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1년 이상 받지 못한 장기 미수금이 건설 분야 약 3780억 원, 방산 분야 약 1870억 원 등 최소 5650억 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라크 의회의 이번 발표에 따라 건설 부문에서만 최소 2배 이상의 미수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방산 분야에서도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 A기업이 이라크에서 받지 못한 돈은 기지 건설, 군수지원, 헬기 관련 등 총 1억 3600만 달러(약 18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특사를 파견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난 5월 ‘중동통’으로 꼽히는 문병준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대리가 외교부 장관 특사 자격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 석유부 차관과 미수금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약 4개월 뒤 이라크 총선과 개각 과정에서 한국 측과 미수금 문제를 논의했던 당시 석유부 차관이 정부 지시로 체포되면서 ‘카운터 파트’가 사라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라크 석유부 측에서는 “한국 건설사의 잔여 공사는 전부 기업 비용으로 직접 시공해 끝내라”라는 취지의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로 갚으면 안 될까?”…장기 미수금 해결 방법은?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는 한국 기업들에 지급해야 하는 미수금을 원유로 대신 갚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이라크는 지난해 이란과의 에너지 수입 대금을 청산하기 위해 하루 최대 19만 배럴의 고유황 중유를 이란 측 지정 거래업체에 이전한 사례가 있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도 국제 석유기업에 현금 대신 원유를 지급하는 방식을 협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한국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기업이 원유로 대금을 받을 경우 운송 수단을 직접 마련하고 정제·저장한 후 이를 다시 현금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과 운송·비축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당장 미수금에 대한 뾰족한 해법도 없는 탓에 관련 기업들은 실제 원유로 대금을 받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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