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 문제를 두고 외교적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친러시아 매체들이 인공지능(AI) 조작 이미지와 왜곡 보도를 동원해 양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7일 러시아 일간지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살인자 또는 배신자: 이재명, 비밀을 폭로한 젤렌스키에 맹비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그룹 산하 우크라이나루 역시 ‘살인자와 배신자: 젤렌스키가 국제적 스캔들에 빠졌다’는 제목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 엑스에 올린 글에 등장한 ‘살인자 또는 배신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깨고 전쟁 중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또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적었다. 해당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군 포로 송환을 비공개로 추진한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이 우크라가 원하는 무기 주지 않자 보복”러시아 칼럼니스트 드미트리 바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군 송환 사실을 공개한 배경으로 한국의 무기 지원 거부를 들었다.
바비린은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실린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에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들 두 나라 모두 무기 지원에 법률 개정이 필요해 지원 가능성이 작았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특히 주목해왔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2명을 서울로 이송한 사실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서도 앙심을 품고 유엔에서 이를 공개하는 보복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러시아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의 24일 엑스 게시물을 언급하며 “살인자와 매국노 표현은 젤렌스키를 묘사하는 데 사용됐다”고 해석했다.
우크라 “러 매체들이 현재 갈등을 선전용으로 활용”러시아 언론들은 더 나아가 AI 조작 이미지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매체 렌타 노보스테이 키예바는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도한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뺨을 치는 모습을 담은 AI 생성 이미지를 첨부해 물의를 빚었다.
러시아 통신사 레그눔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이 분쟁 개입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매체들의 이 같은 선 넘는 보도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한국학자 미콜라 폴리슈크는 흐로마드스케 라디오에 “이 대통령의 ‘살인자·매국노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 개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매체들이 발언의 맥락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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