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 지원 거절 뒤 나온 러 국영매체 주장…“北포로 공개는 작은 복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한국으로부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지원받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러시아에서 나왔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칼럼니스트 드미트리 바비린은 최근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패트리엇 체계와 요격미사일을 확보하려 하지만 유럽에서도 추가 물량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가 두 나라에도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무기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았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무기를 제공하지 않은 상황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공개를 연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한국에 특히 주목해왔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에 앙심을 품고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는 ‘작은 복수’에 나섰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한국의 무기 지원 거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직접적인 증거나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발언은 제시하지 않았다. 두 사안의 인과관계는 현재 확인되지 않은 러시아 칼럼니스트의 해석이다.
패트리엇 못 얻자 ‘작은 복수’?…근거는 제시 안 해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방공무기에 관심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가 탄도·순항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등 방공체계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적·비살상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살상무기 직접 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논란의 발단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했던 북한군 병사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처음 공개했다. 두 병사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한국 정부는 포로와 가족의 안전 등을 고려해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며 공개에 유감을 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자 한국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했다. 외교부는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대사대리를 초치하고 공식 설명과 사과도 요구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엑스(X)에 올린 글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살인자·매국노는 젤렌스키”…러 매체서 왜곡 확산
바비린만 이런 해석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살인자 또는 배신자: 이재명, 비밀을 폭로한 젤렌스키에 맹비난’이라는 취지의 제목을 달고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이 대통령의 글을 인용하면서 ‘살인자·배신자’라는 표현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실제 글의 문맥은 다르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공개에 대해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밝힌 뒤, 정부가 포로 송환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국내 정치권을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적었다. ‘살인자·매국노’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지칭한 표현이라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러시아 언론이 해당 발언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한국학자 미콜라 폴리슈크는 현지 흐로마드스케 라디오에 이 대통령의 해당 글이 젤렌스키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한국의 야권 정치인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이를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선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포로 공개를 둘러싼 한·우크라이나 간 상황 자체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다른 해석을 내놨다.
결국 북한군 포로 공개를 둘러싸고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 존재 여부를 놓고 충돌한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반면 한국의 패트리엇 등 무기 지원 거부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앙심을 품고 보복했다’는 주장은 현재까지 러시아 측에서 제기한 해석에 머물러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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