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튀르키예·프랑스서 새 방공망 도입 추진”
-한국 ‘천궁-Ⅱ’ 4조원어치 계약 후 대금 미지급
-이라크가 다층 방어망 구축하는 이유
한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인 천궁-Ⅱ(KM-SAM2) 도입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라크가 새로운 방공망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재원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라크 영자 시사지 더 뉴 리전의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라크 정부는 튀르키예와 프랑스로부터 방공망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튀르키예와 프랑스 정부는 이미 방공망 판매 승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 방공 능력 현대화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예상인 6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라크 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소속 마흐무드 알-샴마리 의원은 현지 국영매체인 알사바흐에 “튀르키예 측으로부터 이라크에 방공 시스템을 공급하겠다는 승인이 내려졌다”며 “이달 초 알-자이디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프랑스 상원의 승인 하에 유사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는 튀르키예산 단거리 방공망 ‘코르쿠트’ 20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튀르키예 방산업체 아셀산이 개발한 코르쿠트는 저고도로 접근하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뿐 아니라 드론과 순항미사일 등 공중 위협을 요격하는 단거리 자주대공포 체계다.
이라크가 프랑스와 계약할 것으로 알려진 방공망은 ‘GM400’ 레이더다. 해당 무기는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가 개발한 장거리 3차원 방공 레이더로 전투기와 헬리콥터, 드론,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공중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사용된다.
최대 약 515㎞의 탐지 거리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동식 차량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어 넓은 지역의 영공 감시와 방공체계의 표적 정보 제공에 활용된다.
앞서 이라크 국방부는 2024년 9월 LIG D&A와 27억 8000만 달러(한화 약 4조 1000억원) 규모 천궁-II 8개 포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올해 초 천궁-Ⅱ가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연일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라크가 다층 방어망 구축하는 이유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각종 무장세력의 드론 및 순항미사일 공격, 탄도미사일 위협 등이 빈번해지면서 이라크는 자국 영공을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더불어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에서는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란계 쿠르드족 반군 사망자가 속출했다.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의 지난 7월 공식 집계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지난 2월 28일 이후 929차례의 공습을 받아 32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
무엇보다 현지에서는 오는 30일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완료할 경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나 쿠르드족 반군의 활동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단거리 방공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중거리 요격 능력을 갖춘 천궁-II 등을 도입해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튀르키예와 프랑스로부터 새 방공망 도입이 현실화한다면 저고도 드론 방어는 코르쿠트가, 중고도 요격은 한국의 천궁-Ⅱ가, 장거리 탐지는 GM400 레이더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슨 돈으로 다층 방공망 구축할까문제는 자금이다.
이라크 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소속 디야르 무프티 의원은 지난 7월 말 쿠르드계 인터넷 언론사인 바스뉴스에 “이라크군이 올해 초 한국산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천궁-II를 인도받을 예정이었지만, 1차 선급금만 지급됐고 2차 중도금이 지급되지 않아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라크의 또 다른 정치인인 팔레 알카잘리 의원도 현지 매체 샤파크 뉴스에 “자금 부족과 재정 지원 미비로 지난해까지 지급해야 할 대금이 밀리고 있다”며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천궁-II 물량이 다른 국가로 수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중동 지역 소식을 다루는 암와즈 미디어는 이라크가 2차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현지 보도를 전하며 “일각에서는 이라크의 빠른 대금 지급이 없다면 한국이 천궁-Ⅱ를 다른 국가에 먼저 판매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문가 조엘 윙은 매체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의 주요 해상 석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이라크의 자금 조달 사업이 불투명해졌다”며 “정부 공무원 급여 지급이 최우선 과제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도 이라크 정부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한국산 방공 시스템을 구매할 자금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이라크 경제 구조에서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국방 예산 집행 순서가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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