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접전지에 투자 성과 부각…사업 수익성·한국 부담 규모가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국 정부는 아직 추후 협의 대상으로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둔 경제 성과로 부각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30일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공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발표에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540억 달러(약 73조 2600억원)를 투입하는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전략적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 협력 15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약 474조 88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다만 전체 투자 약속과 개별 사업의 확정은 별개다.
한국 정부는 최근 국회에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첫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알래스카 LNG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은 추후 협의 과제로 분류했다. 따라서 이번 발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의 중인 사업을 어디까지 확정된 약속으로 설명하느냐에 있다.
접전지 알래스카…투자 발표가 공화당 지원으로
발표 시점은 미국의 선거 일정과 맞물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는 공화당 현역 댄 설리번과 민주당 후보 메리 펠톨라의 접전 지역으로 꼽힌다. 공화당으로서는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기 위해 놓치기 어려운 곳이다.
로이터는 이번 발표 추진을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전에 경제·투자 성과를 부각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설명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설리번 의원은 닉 베기치 하원의원,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와 함께 백악관 발표에 참석할 예정이다. 투자 발표가 현실화하면 이들은 지역 유권자에게 일자리와 에너지 산업 확대를 내세울 기회를 얻는다.
이 때문에 한국의 투자 계획이 미국 공화당의 선거 성과로 먼저 소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이 선거 지원을 목적으로 투자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정치권이 기대하는 효과와 한국이 따져야 할 사업성은 구분해야 한다.
한국은 협의 중인데…발표가 먼저면 협상 부담 커지나
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남부 해안으로 운반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구상이다. 대규모 가스관과 수출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만큼 자금 조달과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다. 로이터는 이 사업이 오랫동안 비용과 상업성 문제로 불확실성을 겪었다고 짚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투자액뿐 아니라 비용이 늘었을 때 누가 부담할지, 수익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을 따져야 한다. 외신이 전한 540억 달러를 곧바로 한국의 확정된 지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발표 순서도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이 협의 중인 사업을 확정된 성과처럼 소개하면, 이후 논의가 투자 여부보다 이행 조건에 집중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사업성을 검토한 뒤 내릴 결정이 이미 이행해야 할 약속처럼 받아들여질 부담이 생긴다.
물론 현재 보도만으로 미국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를 추진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발표에서 확정 사업과 검토 사업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내 시장은 기대를 먼저 반영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 30분 기준 하이스틸은 전 거래일보다 10.62%, 세아제강은 6.57% 올랐다. 가스관 건설에 따른 수요 확대 기대가 철강·강관주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가 상승이 해당 기업의 사업 참여나 수주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국 정치권은 선거 성과를, 국내 시장은 사업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실제 동의한 투자 범위와 조건이다. 발표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를 부담하고, 어떤 조건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느냐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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