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반군에 불과했던 후티가 최근 몇 주 사이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며 중동 전쟁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그 배경에는 후티를 공개적으로 지원해 온 이란뿐 아니라 중국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오합지졸 게릴라에 지나지 않았던 후티 반군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비 해협 일대를 장악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존재감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35만 명의 병력을 자랑하는 후티는 수개월 동안 준비를 통해 홍해의 여러 섬을 장악하고 항구도시 모카를 포함해 예멘 본토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후티는 해군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이란이 설계한 지상 기반 미사일과 폭발물 탑재 드론, 기뢰, 고속 공격정, 드론 보트 등을 갖추고 예멘의 해안선을 따라 비대칭 해상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WSJ은 “후티가 보유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2400㎞를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 본토 전역은 물론 이스라엘까지 위협이 가능할 정도”라며 “이러한 전력의 배경에는 이란뿐 아니라 중국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후티에 군사적 용도와 민간 용도로 함께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물자’를 공급하면서 후티의 드론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며 “후티를 만든 건 이란이지만 후티를 키운 건 중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후티는 홍해 연안을 장악한 데 이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를 겨냥해 수도 리야드까지 공격하고 있다”며 “최근 이러한 세력 확장 과정에서 중국의 지원은 후티에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WSJ이 유엔 보고서와 무기 전문가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2025년 후티 관련 군사 물품 압수 사례 가운데 중국산이 35%를 차지했다. 이는 이전 기간의 5%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후티 드론 공급업체 가운데 약 65%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후티가 중국에 기반을 둔 업체들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생산에 필요한 이중 용도 물품 및 군사용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재무부는 2024년 10월 당시 “중국 선전의 ‘선전 징홍 일렉트로닉스’가 후티 측에 수만 달러 규모의 이중 용도 부품을 공급했으며 후티가 이를 자체 미사일과 무인기 생산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중국의 기술업체 ‘선전 리온 테크놀로지’는 후티 측에 미사일과 무인기 개발·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했으며 그중에는 미사일 유도 시스템 제조에 사용되는 첨단 부품 수백 개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듬해인 2025년에도 중국 업체를 통한 후티 지원이 이어졌다.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이우에 있는 한 회사는 최소 2021년부터 중국 업체의 드론 부품과 기타 이중 용도 물자를 구매하고 이를 후티 반군에게 전달해 왔으며 이는 후티의 무기 제조에 매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사우디에게는 미사일 준 중국공교롭게도 중국은 후티와 무력 충돌을 이어가는 사우디에게도 무기를 판매해 왔다.
지난 16일 WSJ은 “사우디가 후티 반군을 상대로 중국제 둥펑-15호 탄도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사우디가 중국 탄도미사일을 실전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사례”라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보도가 나오기 직전 예멘인들이 사우디가 발사한 미사일의 잔해 주위에 몰려 있고, 해당 미사일 측면에 굵은 글씨로 둥펑-15호를 의미하는 ‘DF-15A’가 표시된 모습을 담은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중동 지역 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 의혹을 부인해 왔다. 실제로 WSJ 보도가 나온 후 사우디는 자신들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후티는 둥펑-15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우디에는 탄도미사일을, 후티에게는 이중 용도 군사 물품을 지원한 중국의 속내에는 중동에서 특정 진영에 서기보다 자국의 경제·에너지 이익과 외교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중국은 사우디에 ‘비공식적으로’ 탄도미사일을 판매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동시에 세계 최대급 원유 수입국으로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티의 경우 중국이 탄도미사일처럼 완제품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과 조달망을 통해 드론·미사일 제작에 활용되는 물자를 공급하면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이란과 연결된 중동의 반미·반서방 세력과도 거래할 수 있는 통로를 유지하려는 이해관계도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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