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 최종 압축 뒤 LIG넥스원·로케산·MBDA 실명 공개
“약 3년 내 공급”…기존 NSM은 미국 승인에만 2~3년 걸려
노르웨이산 대함미사일을 받지 못하게 된 말레이시아가 대체 공급업체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지난달까지 3개국 체계로 압축됐던 후보 가운데 한국은 국산 함대함미사일 ‘해성’을 만드는 LIG넥스원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성 자체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거나 수주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에 따르면 모하메드 칼레드 노르딘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안전투함(LCS)에 탑재할 해군타격미사일(NSM)의 대체 공급업체로 한국 LIG넥스원, 튀르키예 로케산, 프랑스 MBDA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이들 업체가 제안하는 체계를 약 3년 안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후보가 한 단계 더 좁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말레이시아군은 지난 7월 프랑스·튀르키예·이탈리아·한국의 4개 체계를 평가한다고 밝혔고, 9월에는 이를 3개국 3개 체계로 압축해 최종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국가와 업체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국방장관이 3개 업체를 처음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칼레드 장관은 기존 노르웨이 계약에 최대 8년이 걸렸다며 새 체계는 납품과 설치가 지나치게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가 2018년 계약한 NSM은 올해 3월 납품 직전 노르웨이가 수출허가를 취소하면서 공급이 무산됐다. 노르웨이는 민감한 방산기술 수출을 나토 회원국과 가까운 협력국 중심으로 제한하는 강화된 수출통제를 이유로 들었다.
4개국서 3개 업체로 압축…해성 확정은 아직
LIG넥스원은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C-Star)을 생산한다. 회사 공식 자료에도 해성은 함대함 유도무기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칼레드 장관은 이번 의회 답변에서 LIG넥스원이라는 업체명만 밝혔을 뿐 ‘해성’이라는 미사일 이름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발언을 해성 선정이나 수주 확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말레이시아가 기존 NSM 계약에 이미 지급한 금액은 5억 7190만 링깃(약 1872억원)이다. 계약 규모는 약 6억 1100만 링깃(약 2000억원)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대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추진하면서도 대체 미사일 도입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군함과 미사일의 일정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칼레드 장관은 LCS 1번함의 새 인도 목표를 2027년 4월로 제시했다. 반면 대체 대함미사일은 공급까지 약 3년이 걸릴 수 있어 함정이 해당 무장보다 먼저 전력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LCS가 아무런 무장 없이 인도되는 것은 아니다. 칼레드 장관은 대공미사일과 전자전 체계, 전투관리체계(CMS) 등 다른 무장은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해군도 앞서 대함미사일이 없어도 헬기 운용이나 대잠전 등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체 미사일이 장착되기 전에는 해군과 공군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칼레드 장관은 해군 함정이 약 100㎞ 밖에서 적대 함정을 탐지하면 위치 정보를 공군에 넘겨 타격을 요청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미국 승인 필요한 부품 있으면 또 늦어지나
새 체계를 고를 때 또 하나의 변수는 제3국 핵심 부품과 수출승인 절차다. 칼레드 장관은 기존 NSM 도입이 지연된 이유 중 하나로 일부 구성품의 미국 승인 절차를 들었다. 그는 이 승인에 2~3년이 걸렸고,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체 일정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또는 미국 수출통제를 받는 부품이 포함됐다고 해서 무기 수출이 자동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통제 대상 부품은 조건에 따라 미국 정부의 재수출·재이전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NSM 계약 취소에 자신들이 관여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오히려 주말레이시아 미국대사관은 2024년 제한된 유도부품을 말레이시아용 NSM에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현재 공개된 LIG넥스원 자료만으로는 해성의 세부 부품 구성이나 미국의 재수출 승인이 필요한 품목이 포함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산 부품 때문에 해성도 말레이시아에 수출할 수 없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말레이시아가 NSM 사업에서 장기간의 승인 절차와 공급 차질을 겪은 만큼 이번에는 성능만큼 공급망과 제3국 승인 위험, 실제 납기를 중요하게 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프랑스산 전투관리체계와의 연동도 풀어야 할 과제다.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대체 미사일 선정 과정에서 기존 CMS와 완전히 통합할 수 있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제시해왔다.
결국 LIG넥스원이 실제 수주로 이어가려면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3년 안팎의 공급 일정, 기존 함정 체계와의 통합, 제3국 승인 위험까지 설득해야 한다. 다만 한국으로만 알려졌던 후보가 LIG넥스원으로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해성이 노르웨이산 NSM의 빈자리를 노릴 기회는 이전보다 분명해졌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