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꼽은 8개 분쟁 현재 상황 점검…콩고·태국-캄보디아선 다시 교전
이란전은 7개월째, 가자도 공격 계속…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은 평화 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발표를 앞두고 자신이 “전쟁 8개를 끝냈다”며 수상 자격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을 살펴보면 휴전 뒤 다시 충돌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전쟁이나 핵심 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곳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는 전쟁 8개를 해결했다”며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상을 주지 않는다면 노벨위원회에도 “큰 불명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9일 발표된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끝냈다고 주장하는 8개 분쟁은 태국-캄보디아, 세르비아-코소보, 콩고민주공화국-르완다, 인도-파키스탄, 이집트-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이스라엘-이란, 가자 전쟁이다.
문제는 ‘끝냈다’는 표현이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가 개입한 여러 분쟁에서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다시 교전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휴전 뒤 다시 포성…콩고·태국-캄보디아
대표적인 사례가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다. 두 나라는 지난해 6월 미국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투가 멈추지 않았다.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M23 반군과 콩고군 사이 교전이 이어졌으며, 지난 7일에도 아프리카연합(AU)은 양측에 휴전 합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AU의 중재에도 “현장의 변화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도 비슷하다. 트럼프가 지난해 7월 휴전을 중재했고 같은 해 10월 양국은 확대된 휴전 합의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합의가 무너진 뒤 다시 전투기와 로켓, 포병까지 동원한 교전이 벌어졌고 100명 이상이 숨졌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말 다시 휴전에 합의했다. 즉 전면전은 다시 멈췄지만 최초 합의가 한 차례 붕괴한 셈이다.
가장 명확한 반례는 이스라엘·미국과 이란의 전쟁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자신의 성과로 꼽았지만 올해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현재도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이며 미 정부는 7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을 끝내려면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자지구도 ‘완전히 끝난 전쟁’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중재안의 첫 단계로 휴전과 인질·수감자 교환이 이뤄졌지만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됐다. 로이터는 휴전 이후 팔레스타인인 최소 1400명이 숨졌으며, 하마스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가자 재건 등 핵심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멈춘 총성도 있지만…‘전쟁 종식’과는 거리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해 5월 나흘간 격렬한 교전을 벌인 뒤 휴전에 들어갔다. 대규모 군사 충돌은 일단 멈췄다. 그러나 카슈미르와 인더스강 수자원 등 양국을 갈라놓은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인도 정부는 트럼프가 무역 압박으로 휴전을 이끌었다는 주장 자체를 거듭 부인하고 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애초 전쟁을 치르다 트럼프가 종전시킨 사례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양국은 나일강의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해왔으며 협상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내부 전쟁과 맞물려 이집트까지 포함한 역내 긴장이 다시 높아져 AU가 각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세르비아와 코소보 역시 정식 평화협정을 맺은 상태가 아니다.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양국 간 전쟁을 자신이 막았다고 주장하지만 세르비아 측은 최근 전쟁이 임박했다는 주장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반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트럼프의 중재 성과가 가장 뚜렷한 사례로 꼽힌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공동 선언에 서명하고 평화협정 문안에 합의했다. 다만 당시 문서에도 최종 평화협정의 서명과 비준을 위한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올해까지도 아르메니아 헌법 개정 문제 등이 최종 정상화의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트럼프가 개입한 여러 분쟁에서 휴전과 협상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모두 같은 의미의 ‘전쟁 8개 종식’으로 묶기에는 현재 상황이 제각각이다. 일부에서는 총성이 다시 울렸고, 일부는 휴전만 유지하며 핵심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란처럼 트럼프가 과거 끝냈다고 평가한 분쟁이 다시 장기전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따라서 노벨평화상 발표를 앞두고 트럼프가 내세운 ‘8개 전쟁 종식’은 실제 외교 성과와 아직 끝나지 않은 분쟁을 함께 놓고 따져볼 필요가 있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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