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리조선소, 선박 건조비 韓·中의 2배
연간 2척→20척 확대 목표에 인력 확보 난관
WSJ “외부 수주잔고 3척”…50억 달러 투자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부활의 대표 사례로 내세운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가 높은 건조 비용과 인력난에 직면했다. 한국이나 중국보다 선박 건조비가 약 2배 비싼 데다 외부 고객 확보도 쉽지 않아 대규모 투자 계획의 수익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 재건을 위해 추진하는 대형 투자 사업들이 높은 인건비와 숙련공 부족, 가격 경쟁력 문제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대표 사례로는 한화의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와 아이오와주의 제철소 건설 사업을 꼽았다.
한화는 2024년 약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들여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지난해 8월에는 50억 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해 연간 2척 미만인 선박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미국 제조업 부흥과 해외 투자 유치의 성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WSJ은 생산시설 확충부터 신규 고객 확보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 한 척에 3억 3000만 달러…韓·中보다 2배 비싸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선박 건조 비용이다. 필리조선소가 미국 해운사 맷슨으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 3척의 계약 가격은 척당 약 3억 3000만 달러(약 4600억원)에 달한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건조하는 대형 선박 가격의 약 2배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취약한 조선업 공급망이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안 운송 선박을 자국에서 건조하도록 규정한 존스법도 외국 조선소와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배경이다.
외부 수주 실적도 과제다. 현재 한화 계열사의 발주 물량을 제외하면 필리조선소의 외부 민간 고객 수주 잔고는 맷슨이 주문한 컨테이너선 3척이다. 이마저도 한화가 조선소를 인수하기 전에 확보한 계약이다.
물론 그룹 내부 일감은 있다. 한화의 미국 해운 계열사 한화쉬핑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10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발주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계열사 밖에서도 안정적인 주문을 받아야 한다.
인력 2500명까지 늘렸지만…20척 생산까지 갈 길 멀어
생산시설과 숙련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한화는 최근 2년간 조선소 인력을 약 2500명으로 두 배 늘렸지만, 연간 20척을 건조하려면 추가 인력과 설비가 필요하다.
현재 조선소의 드라이독 2곳 가운데 실제 신조선 건조에 사용하는 곳은 1곳이다. 이 같은 시설 제약으로 연간 건조 능력은 약 1~2척에 머물고 있다.
한화는 드라이독 2곳과 안벽 3곳을 추가하고 스마트 조선소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상선뿐 아니라 군함과 해군 함정용 블록도 생산하는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높은 생산 비용과 인력 부족, 시장 수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투자 유치 전략이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늘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 역시 한국의 조선 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미국 현지에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필리조선소가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건조 비용을 낮추고 외부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가 미국 조선업 부활 구상의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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