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 관련 부품 782종에 핵심광물…中 공급 집중에 정비·조달 위험
잠수함도 공급망 취약…금속 가공능력 부족까지 겹친 美 방산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도 원료 공급망에는 약점을 드러냈다. 중국이 생산·정제를 주도하는 핵심광물이 관련 부품 수백종에 쓰이면서, 공급 차질이 정비와 부품 조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은 2일(현지시간)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의 백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SCSP는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싱크탱크다.
보고서는 공급망 분석기업 엑시저의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미군 무기체계 약 3000종과 부품 약 900만개를 분석했다. 무기체계 1400종에 걸친 고유 부품 2만 8000종 이상에서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텅스텐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B-2 관련 부품 중 이들 광물을 포함한 품목은 782종으로 집계됐다. 기체 한 대에 중국산 부품 782개를 장착했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광물이 필요한 부품의 종류를 식별해 공급 차질에 노출될 범위를 따진 것이다.
무기의 눈부터 탄두까지…중국에 집중된 소재 공급
네 광물은 첨단무기의 여러 기능을 뒷받침한다. 게르마늄은 광학·적외선 장비에, 갈륨은 반도체와 첨단 레이더에 쓰인다. 안티모니는 탄약의 경도를 높이는 데 사용하며, 텅스텐은 공구와 탄두, 고온을 견뎌야 하는 부품에 들어간다.
공급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세계 1차 갈륨 생산의 99%, 텅스텐 광산 생산의 약 82%를 차지했다. 무기를 미국에서 조립하더라도 소재 확보 단계에서는 중국의 수출 정책과 공급 여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버지니아급 공격원자력잠수함도 취약한 무기체계로 꼽혔다. 보고서는 네 광물을 포함한 핵심 부품을 300종 이상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게르마늄이 필요한 품목은 190종, 갈륨이 들어가는 품목은 50종이었다.
원료 부족은 새 무기 생산뿐 아니라 기존 장비의 수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교체 부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정비 일정과 임무 준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부품 수만으로 실제 운용 중단 시점이나 피해 규모를 계산할 수는 없다.
광물 확보해도 남는 숙제…부품 만드는 능력 부족
미국 방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원료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금속을 틀에 부어 만드는 주조와 압력을 가해 성형하는 단조 등의 생산능력 부족도 지적했다.
B-52 폭격기의 날개 구조·연료 배출 관련 일부 부품은 조달 기간이 400일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복잡한 군용 규격이 공급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고 납기를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료를 구하더라도 이를 필요한 부품으로 가공할 업체가 부족하면 정비와 성능개량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내 광물 생산·정제 시설 투자와 비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새 광산과 가공시설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 단기간에 공급망을 바꾸기는 어렵다.
워존은 핵심광물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미국 방산업체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엑시저의 키트 콩클린 최고전략·글로벌담당책임자도 연말까지 중국의 수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 현재 확인된 것은 B-2의 운용 중단이 아니라, 공급이 흔들릴 경우 정비와 부품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험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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