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출발한 선수들이 경기가 펼쳐진 당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그는 달랐다. 무려 14일이 지나서야 결승점을 통과한 것이다.
목발을 짚고 42.195㎞를 완주한 필 파커(Phil Packer)는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다. 그는 보스니아, 코소보, 북아일랜드 등지에서 16년간 군인으로 복무했지만 지난해 2월 로켓 폭발 사고로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진단 결과는 하반신 마비. 그는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굴하지 않고 목발을 짚은 지 1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동시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상이군인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뜻 깊은 도전이었다.
하루에 2마일 씩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 힘든 도전 속에서 그를 지탱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주위의 관심과 격려였다. 그의 곁에는 그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준 주치의와 가는 길목마다 뜨거운 박수로 격려해 준 시민들이 있었다.
런던의 택시기사부터 경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14일 동안 총 5만 2400보를 내딛은 그의 곁을 지켰다.
완주 직후 “시원섭섭하다.”며 소감을 밝힌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1년 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도전이었다.”면서 “그러나 14일 동안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며 나를 지지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길에서 나보다 더 심한 부상을 입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서 나는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느린 마라톤 기록’을 세우며 감동을 선사한 그는 다음 달 캘리포니아 주 요세미티국립공원에 있는 엘카피탄(El Capitan) 등정에 도전한다.
한편 필 파커는 이번 마라톤을 통해 목표 기금액인 100만 파운드 중 37만 파운드(약 7억원)를 모으는데 성공했다고 영국 타임즈가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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