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모두 트랜스젠더인 체코의 가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체코 프라하에 사는 남성 도미니크 세즈디와 재혼한 부인 안드레아 카자로바, 세즈디의 친 딸 빅토리아 등은 모두 원래의 성을 수술로 바꾼 트랜스젠더들이다.
일가족 3명이 모두 트랜스젠더인 이 가정의 기막힌 사연은 지난 15년 시작됐다.
현재 남성으로 살고 있는 세즈니는 15년 전만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결혼을 한 뒤 아들까지 낳았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그는 남편과 돌연 이혼한 뒤 프라하로 이사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고 남성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세즈니는 안드레아 카자로바란 여성을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세즈니는 그녀 역시 남성으로 태어난 뒤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에 골인해 2년 전 결혼했다. 트랜스젠더라는 공통점 때문에 오히려 부부의 사랑이 단단해 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로소 안정된 가정을 갖게 된 세즈니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람지를 찾게 됐고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세즈니의 아들 역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가 돼 있는 것. 아직 성전환 수술을 받진 않았지만 이미 호르몬 치료를 시작해 여성적 특징을 갖게 됐으며 아들은 이미 빅토리아란 여자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으나 세즈니는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아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 주기로 했다.나도 한 때 여자였고, 내 아내 역시 한 때 남자였기 때문에 아들이 했을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가족 모두 상처가 있는 만큼 서로 아껴주며 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편 체코 언론매체에 따르면 성전환한 남녀가 결혼한 사례는 지금까지 세차례 있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부부의 자식이 성전환을 선택한 경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