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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 예술과 쾌락의 줄타기
강경윤
기자
입력 1970.01.01 09:00
수정 2011.10.19 10:28
농도 짙은 베드신을 볼 때 반응은 두 가지다. 두 육체가 빚어낸 아름다움에 가슴이 저릿하거나 아니면 머리가 텅 빈 채 침만 꼴깍 넘어가거나. 우리는 쉽게 전자를 예술이라고 하고 후자를 외설이라고 한다. 그렇게만 따진다면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영화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은 외설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18일 서울 대학로 비너스홀에서 열린 ‘가자! 장미여관으로’ (예술집단 참) 제작보고회는 예상대로 자극적인 성행위 묘사와 출연배우들의 상당한 노출 등을 엿볼 수 있었다. 본 공연에서는 파격적인 전라연기가 등장할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고됐다. 주연배우인 이파니는 “이미 헤어누드 화보를 공개했기 때문에 전라연기에 특별히 부담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미여관이란 장소가 풍기는 이미지대로 연극은 도덕적 잣대나 사회윤리 등과는 동 떨진 곳이다. 쾌락으로 시작해 쾌락으로 끝이 난다. 연극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가수 지망생 ‘사라’가 장미여관에서 죽어가는 걸 본 ‘마광수’가 살해 용의자를 불러 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출가 강철웅은 “장미여관은 세속적 윤리와 도덕을 초월한 유토피아”라고 표현했다.
그런 장미여관으로 불려오는 세 남녀커플은 하나같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존인물들을 패러디한다. ‘장자연사건’의 배우와 성접대를 강요하는 기획사 사장, 남제자 여교사 불륜사건의 주인공들, ‘신정아 스캔들’의 신정아와 변양균을 각색한 남녀들도 등장한다. 극에서 신정아를 패러디한 인물의 이름은 ‘정아’다. 사회적 파장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출연인물들은 모두 쾌락을 쫓는 장미여관 투숙객들이다. 연극은 장미여관에서 벌어지는 세 커플의 노골적인 정사신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관객들이라면 적잖이 놀랄 수 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20년 전 원작 시나리오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세미뮤지컬’ 표방한다. 10여 곡의 노래를 가미했으며 코믹요소를 삽입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강철웅 연출자는 ‘가자! 장미여관으로’을 두고 “은퇴가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김없이 다 보여줬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제작보고회에서 보여준 4개 주요장면은 아쉬움이 남는다. “어설프게 연기하면 야하게만 보일 수 있다. 제대로 된 모습으로 관객이 노출보다 연기에 집중케 만들겠다.”고 한 이파니의 결심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연극의 아쉬움의 이유였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능가할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다.
이 연극은 마광수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고 섹시배우 이파니가 주연을 맡는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관심 때문에 ‘가자! 장미여관으로’은 제작보고회에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100명 가까운 취재진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근원적 쾌락을 그린 성인연극도 예술로 재평가 받을 수 있도록 본공연에는 보다 세밀한 연출과 배우들의 프로다운 표현력이 필요하다.
한편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이파니, 이채은이 사라 역에 더블 캐스팅 됐으며 오성근, 윤시원, 최재웅, 최진우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부터 서울 대학로 비너스홀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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