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막으려 ‘고슴도치 시스템’ 도입”
-“장갑판 밖으로 빽빽하고 가시 같은 외피 형성”
-조롱하던 우크라, 대드론 효과에 모방 도입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한 일명 ‘고슴도치 전차’를 자국군에 도입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고슴도치 형태의 대드론 전차를 자국 장갑차량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최근 현지 군사 채널을 통해 확산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제225독립돌격연대 소속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제58차량화보병여단이 운용하는 BMP-1TS가 촘촘한 구조물에 완전히 뒤덮여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고슴도치 전차’를 뒤덮은 구조물은 일정한 길이로 자른 산업용 케이블을 금속 프레임에 용접한 뒤 차량의 차체와 포탑에 볼트나 용접 방식으로 고정하는 형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물은 차량의 원래 장갑판 바깥쪽으로 약 30㎝ 이상 돌출되는 빽빽하고 가시 같은 외피를 형성한다.
삐죽삐죽 솟은 구조물 때문에 해당 장갑차는 현지에서 ‘요시’(Yozh·고슴도치) 또는 ‘오두반치크’(Oduvanchyk·민들레)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구조물은 저렴한 1인칭 시점(FPV) 드론의 공격으로 값비싼 전차가 손실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됐다. 최근 전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FPV 드론이 고가의 전차를 비롯한 기갑장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차의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고 드론 공격의 위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호 구조물이 개발되고 있다.
대부분의 FPV 자폭 드론은 탄두에서 돌출된 신관을 갖추고 있으며 이 신관은 표적과 충돌할 때 작동한다. 고슴도치 전차의 철사 가닥은 드론이 장갑판에 도달하기 전에 걸리게 하거나 방향을 바꾸도록 만들어, 신관이 차량의 장갑판에 직접 닿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운용자인 ‘크림’(호출명)은 디펜스 블로그에 “철사 구조물이 차량의 외형을 흐트러뜨려 공중에서 정찰 드론이 차량의 형태를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원조’인 고슴도치 전차고슴도치를 닮은 대드론 전차 구조물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25년 가을로, 당시 러시아 전차들이 이를 최초로 도입한 뒤 전선 전역으로 퍼졌다. 같은 해 말에는 금속 외피에 둘러싸인 일명 ‘거북이 전차’도 전선에 등장했다.
러시아군이 ‘대드론 고슴도치 전차’를 전선에 투입했을 당시 우크라이나는 “부피가 크고 조악하게 만든 가발을 쓴 것 같다”는 혹평과 조롱을 내놓았지만, 우스꽝스러운 외형과 달리 구조물의 효과는 뛰어났다.
유로마이단 프레스의 지난해 10월 보도에 따르면 비세르스크 동쪽 지역에서 금속 외피에 둘러싸인 ‘거북이 전차’는 약 25발의 우크라이나 기뢰와 FPV 드론 공격을 견뎌냈고, 26번째 탄약인 드론이 결국 이 차량을 무력화했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따라 고슴도치 전차를 도입했다. 지난 2월 고슴도치 구조물을 장착한 채 전장에 투입된 레오파르트 1A5 전차는 하루 동안 러시아군의 FPV 드론 등으로부터 52차례 공격을 받고도 생존했다. 당시 승무원도 무사했으며 전차는 수리된 뒤 다시 전장에 복귀했다.
다만 당시 우크라이나의 해당 전차에는 고슴도치 구조물뿐 아니라 위장망과 측면 그물 등 복합 대드론 방어체계가 장착돼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수개월 동안 전차에 같은 방식의 대드론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도 ‘대드론 구조물’ 따라 할까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모두 운용하는 해당 전차들에서는 단점도 확인됐다. 금속 외피나 철사 구조물이 부착된 뒤 무게가 늘면서 기어박스와 구동계에 부담이 가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장갑을 두껍게 두른 전차가 강을 건너다 고립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한 러시아 전차 승무원은 “고슴도치 장갑을 단 전차가 10㎞도 채 가지 못한 채 구동계 부품이 고장 났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군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대드론 방어 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드론으로부터 전차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 시험에 착수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국방 매체 밀리타르니는 “한국군이 드론으로부터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 전차 포탑 위와 엔진실 일부를 덮는 ‘새장형 프레임’과 그물을 장착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 역시 저가형 FPV(1인칭) 드론 등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이와 유사한 설계를 채택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대드론 방어 시스템의 일환인 이 새로운 구조물들은 한국군 주력 전차가 동원된 동계 훈련 및 시험에서 관찰됐다”면서 “이 구조물들의 목적은 전차의 가장 취약한 상부 표면을 표적으로 삼는 드론을 저지하거나 조기에 폭발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한국 육군 K2 흑표 전차와 K21 보병전투차량에 포탑 뒤로 초록색 그물망이 덮여 있다. 당시 우리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밀리타르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전차가 수십만 원에 불과한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본 뒤, 한국군도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주력 전차에 철조망이나 그물망 등을 설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드론 방어 시스템이 ‘최적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포탑 위를 덮은 초록색 그물망은 쉽게 찢어지거나 망가지는 등 강성이 부족하고 형태도 복잡하며, 무엇보다 포탑에 장착된 장비에 접근하는 데 오히려 방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수동 방어 시스템이 능동 방어 시스템, 광학 장비 및 탑재 무기와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유나이티드24는 지난 2월 “한국의 대드론 방어 시스템에 명백한 단점은 있지만, 선진 군대로서 현대 전장에서 장갑차의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에 있어 더 광범위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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