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배우, ‘사극의 왕’ 등으로 불리는 배우 최수종이 18년 만에 브라운관을 떠나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벼르고 벼른 영화 복귀일테니 어여쁜(?)외모를 뽐내거나 꽃중년의 카리스마를 내세울 줄 알았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선택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기부천사 김우수씨의 삶을 다룬 ‘철가방 우수씨’였다.
이 영화는 고아로 자란 뒤 외롭고 힘들게 살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활동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도 잠시 소개돼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기도 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자신의 연기재능을 기부한 최수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극적인 연출은 20%도 채 되지 않아…있는 그대로를 보여줬다.”
실존인물을 소재로 했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보니, 관객입장에서는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다소 고민되는 순간이 있다. 어디까지가 김우수 씨의 진짜 삶이냐고 묻자 최수종은 “극적인 연출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영화의 사실이 아닌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20% 정도뿐이다. 고시원 사람들과의 만남과 부모를 찾아 내려가는 부분이다. 감독과 상의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일상을 그리고자 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누가 이 영화를 보고 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최수종은 영화를 찍는 내내 우리가 알고 있는 김우수 씨가 아닌, 그 이전의 모습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단순히 영화에 등장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실제로 김우수 씨가 되기 위해서는 그를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두 살 때 버려진 뒤 혼자 고아로 살면서 아무도 없을 때 서울역에서 앵벌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앵벌이 두목까지 했다더라. 세상에 대한 한도 많고 ‘내겐 아무도 없구나.’ 라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하더라. 결국에는 이런 분노와 아픔이 석유를 제 몸에 들이붓는 방화범으로 만들기도 했다. 세상과 등지고 아파하고 힘들어했을 그가,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다.’라고 생각했던 그가 책자 하나와 기부로 달라졌다. 힘든 인생 속에서 또 다른 인생과 자신을 찾고 생활을 변화시키는 그의 모습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찍었다지만, 관객들은 눈물 참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듯하다. 오랜 봉사활동과 평소 나눔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최수종의 진짜 모습이 김우수라는 인물을 통해 고스란히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브라운관에서는 나쁜 역할 못할 듯”
애초 최수종과 김우수 씨는 닮은 점이 많다. 특히 가진 것의 양을 떠나, 가진 것을 나눠주려는 마음과 이를 실천하는 모습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그만큼 평소 기부와 선행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인 최수종에게 악역은 어울리지 않는게 사실이지만, 그 스스로도 브라운관에서는 악역을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