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더럽혔지만, 두 사람의 행복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최근 수 백 명이 사망하고 다치며 지구촌 최대의 접전지역으로 선포된 가자지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부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신부 파야드(23)와 신랑 나마르(30). 두 사람은 현지시간으로 13일 가자지구 내 UN 샤티 난민수용소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72시간 임시 휴전에 들어갔고, 두 사람은 휴전의 ‘틈’을 타 결혼식을 치렀다. 이들의 결혼식에는 오랜만에 평화를 되찾은 피난민들이 모두 참석해 두 사람의 행복을 기원했다.
신부인 파야드는 곱게 화장을 하고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한 손으로는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나마르의 손을 잡았고 다른 한 손에는 아름다운 장미 부케를 들었다.
본래 두 사람은 다음 달 파야드의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파야드의 집과 꽃 드레스, 액세서리 등 모든 결혼식 준비품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신랑인 나마르는 “당장 지금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면 3년 이내에는 결혼식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신랑신부를 위해 결혼식 비용을 대고 이틀간의 신혼여행을 위한 호텔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부 파야드는 “매일 물이 부족했었는데, 언제든 씻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파야드의 엄마는 “딸은 내 인생의 전부다. 나는 내 딸이 더 나은 환경에서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난민소에서 결혼하게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 이 환경이 최선이라는 것을 안다”고 덧붙였다.
신랑 나마르는 “하객이나 기념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파야드와 결혼하게 돼 매우 행복하다”며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 ⓒ AFPBBNews=News1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