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교회(성공회) 설립의 시발점이 된 헨리 8세와 캐서린 왕비 사이의 이혼 관련 내용이 담긴 희귀 편지가 경매에 등장할 예정이다.
영국 가디언은 헨리8세의 첫 번째 왕비였던 캐서린이 남편과의 이혼을 막아달라며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스 7세에게 보낸 편지가 경매에 등장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편지는 1529년 10월 3일 작성된 것으로 헨리 8세의 이혼요구를 취소시켜달라는 캐서린 왕비의 간절한 애청이 담겨있다. 당시 헨리 8세는 표면적으로 캐서린 왕비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혼을 고집했지만 사실 캐서린의 시녀였던 앤 불린과 결혼을 하려는 목적이 감춰져있었다.
본래 캐서린 왕비는 해당 시기 스페인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1세 사이의 넷째 딸로 그녀의 조카는 유럽 대륙의 막강한 권력자인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였다. 결국 클레멘스 7세는 카를 5세와 관계 악화를 우려함과 동시에 가톨릭에서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교리를 근거로 헨리8세의 이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헨리8세는 한술 더 떠 로마 가톨릭교회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1534년 수장령(首長令)으로 영국 국교회(國敎會)를 설립해버렸는데 이것이 오늘날 성공회다.
헨리8세는 이후 앤 불린을 비롯한 두 명의 왕비를 처형하고 세 명의 왕비를 내쫓았으며 영국 내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고 절대왕정을 확립하는 등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다. 이와 같은 헨리8세의 삶은 수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됐으며 최근에는 영화 ‘천일의 스캔들’, 드라마 ‘튜더스’등으로 영상화되기도 했다. 특히 해당 편지는 헨리8세의 격동에 찬 삶이 시작되기까지 그 시작을 알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많은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해당 편지는 다음 주 프랑스 파리 아데르 노드만 경매장에서 첫 공개될 예정이다. 경매가격은 25000파운드(약 4376만원)~35000파운드(6126만원) 사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