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외무장관 “이라크·쿠웨이트·바레인 미군기지 중 한 곳 점령해야”
정부 공식 계획 아닌 강경파 주장…실제 지상작전 가능성은 낮아
이란의 전직 외무장관이 걸프 지역 미군기지를 지상 공격해 미군 100명을 생포한 뒤 이란으로 데려오자는 주장을 내놨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 강경파가 미사일·드론 공격을 넘어 지상전과 인질 카드까지 거론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이란 전문매체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마누체르 모타키 전 이란 외무장관은 이라크와 쿠웨이트, 바레인에 있는 미군기지 가운데 한 곳을 지상 공격해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란 의회 의원인 모타키는 “미군기지 한 곳을 지상 공격해 미국인 100명을 생포하고 이란으로 데려오는 것이 나의 제안”이라며 이란이 미군을 상대로 본격적인 지상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을 붙잡으면 미국과의 전쟁을 끝내는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미군 포로를 군사적 성과뿐 아니라 대미 압박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쿠웨이트 내 미군기지 3곳 표적으로 거론
이란 체제에 우호적인 방송 논객 마흐디 카날리자데도 쿠웨이트를 지상작전 후보지로 지목했다. 그는 쿠웨이트의 캠프 뷰링과 캠프 아리프잔 또는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를 동시에 장악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캠프 아리프잔은 중동에 배치된 미군의 핵심 병참·지휘 거점이다. 캠프 뷰링은 이라크 등지로 이동하는 병력과 장비가 집결하는 기지로 쓰인다.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에는 미군 항공전력이 배치돼 있다.
이란은 최근 이들 시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측은 레이더와 연료 저장시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을 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쿠웨이트에서는 지난 5월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무장 인원 4명이 부비얀섬 인근을 통해 해상 침투를 시도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쿠웨이트 군인 1명이 다쳤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를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이란 대사를 초치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 인원들이 해상 순찰 도중 항법 문제로 쿠웨이트 수역에 잘못 들어갔다며 공격 의도를 부인했다.
국경 없는 쿠웨이트 침공, 현실성은 낮아
다만 모타키 등의 발언은 이란 정부나 혁명수비대가 발표한 공식 작전계획이 아니다. 이란 강경파 인사들이 미국과 걸프 국가를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주장에 가깝다.
군사적으로도 이란군이 쿠웨이트 내 미군기지를 점령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과 쿠웨이트는 육상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이란군이 쿠웨이트로 진입하려면 이라크 영토를 통과하거나 페르시아만을 건너 대규모 상륙작전을 펼쳐야 한다.
두 경로 모두 병력과 장비를 은밀하게 이동하기 어렵다. 미군의 위성과 정찰기, 쿠웨이트의 해안 감시망에 조기에 포착될 가능성이 크다. 제공권과 해상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륙 병력이 미군기지까지 진격하기도 어렵다.
부비얀섬 침투 사건에서도 소수 인원이 쿠웨이트군에 붙잡혔다. 이는 제한적인 침투와 달리 미군이 방어하는 대형 기지를 점령하고 병력을 이란까지 이송하는 작전에는 훨씬 큰 장벽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란 강경파가 공개적으로 미군 생포와 쿠웨이트 침공을 거론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공습이 계속될 경우 기존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넘어 걸프 지역 미군기지를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위협을 던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이 당장 실행할 군사계획이라기보다 미국과 쿠웨이트에 확전 위험을 부각하려는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실제 지상작전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이란이 특수부대나 친이란 무장세력을 활용한 제한적 침투에 나설 위험까지 배제하기는 어렵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